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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직장인 필수품7---해결. 사자(獅子) 본능

직장인 필수품7---해결. 사자(獅子) 본능


동물의 왕국이라는 TV프로에서 사자는 집단으로 사냥하고, 호랑이는 혼자 하는 것으로 봤다. 기업활동도 사냥과 똑같아서 소규모일 때는 호랑이였다가, 규모가 커지면 사자의 무리로 변신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아마 혼자서도 자신을 보호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독자적인 사냥을 하겠지? 그렇다면 사자는 혼자 판단을 못해서 집단사냥을 할까? 

사자 여러 마리가 함께 사냥할 때의 작전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이뤄져서 ‘마치 한 마리 호랑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확실한 행동을 하겠지? 사자무리 중에는 작전을 알지 못하는 놈도 있을까? 힘껏 뛰지 않는 놈도 있을까? 사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도 하다.  


얼마 전에 어느 중간규모 기업의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제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사장인 자기가 그 자리에서 즉각 수정할 수 있는 지식과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장점으로 얘기했다. 그는 한 마리 호랑이다. 대기업에서는 물론, 심지어 민간기업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니 사세는 팽창하고 제품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었다. 단지 혼자 통제불능으로 기업이 커졌을 때는 어찌될지 모르겠다. 

  대기업 대표는 우선, 기술적으로는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비전문가지만 ‘경영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전문가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로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 문제가 생기면 비전문가는 본인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우므로, 이를 처리하거나 근본처방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속도가 느리다.

휘하의 탄탄한 조직에서 일일이 검토하고 보고하고 결재하다 보면 느려진다. ‘느리다’는 것은 작은 문제라고 보면 안 된다.

그리고 대기업이 되면 단위 조직 간의 경쟁과 자기보호 본능 때문에 틈이 생겨서 사냥감은 도망을 친다. ‘틈을 메워야’ 회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느 조직도 틈을 메우는 임무까지 부여받은 조직은 없다. 틈이 있는 대기업은 사냥터의 사자집단이 못 된다. 이를 나는 獅子본능에 대비시켜 死者본능이라 부른다. 죽은 사람, 즉 이 방면에는 죽은 조직이 된다는 말이다.


자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을 세우려 용감하게 뛰어들기도 하지만, ‘협업을 하다가 생기는 틈을 메우는 일’에 등한하여 죽은 조직이나 다름없어진다면 사냥은 성공하기 어렵다.

 기술적 제품생산회사에서 비전문가가 사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낮춰보려는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대기업은 호랑이가 아니고 獅子집단이기 때문에, 무리 중에 너무 앞서려 하거나 너무 처지거나, 그래서 틈새가 생기거나, 그 틈새를 메우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을 경계하기를 바라는 말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Brain Storming이라 할 텐데, 구성원 모두가 좋은 머리를 짜내서 협업하는 가운데 틈새 메우라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경험이 없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분수를 넘는 일인 줄 안다. 그런데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CEO가 회의를 주재하면서 휘하 조직에게 물어본다.


“왜 문제가 생겼느냐?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마도 보고 채널이 불똥을 맞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지들끼리 히히 웃기도 하고, 속닥거리기도 하다가 아무튼 황급하게 보고서를 올릴 것이고…

며칠 후 결론은 회사 시스템에는 모두 잘 갖춰져 있어서 각 부서가 제 할 일 다 하니 별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시간의 문제이지 어떻게든 잠잠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나는 분수를 넘고 만 것인가? 

그렇다면 만약 이 사건을 호랑이 눈으로 본다면 어떤 조치가 내려졌을까? 시스템이 다 잘 갖춰져 있어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왜 문제가 생겨?

사자집단은 '책임을 추궁할 데(부서)'를 못 찾거나 고의로 안 찾지만, 호랑이는 '뜯어고쳐야 할 데(틈새)’를 바로 찾을 수 있다. 

호랑이라면 ‘궤변 같은 합리적 보고’에 넘어가지 않고, 어디에 문제가 있 는지 즉각 알아차리고, 대부분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을 조치를 취할 것이다.

더하여, 제대로 된 호랑이라면 애초에 틈새가 없도록 했을 것이다.

그것이 호랑이 정신이니, 사자집단은 비록 여러 사람이지만 혼자서 사냥하는 호랑이 정신으로 일해야 한다. 집단이 가진 이점도 많으나, 틈새가 많은 점에서 뭔가를 돌아 봐야 할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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