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에서 나오고 싶지가 않은 시기
잠시, 세상에서 멀어지고 싶은 날이 있으신가요?
저는 요즘 부쩍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 골짜기 한 구석에 그저 ‘처박혀’ 있고 싶은 날.
어디 조용한 곳,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누구에게도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그 어딘가에 내 마음을 조용히 눕혀놓고 싶습니다
그저 ‘충전’이라 불리는 것조차 벅찬 나날들 속에서, 충전이 아니라 단절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내가 다시 세상과 마주하고 싶어질 때까지, 다시 누구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을 때까지, 그냥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그런 날.
아무 눈치 안 보고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도 괜찮은 시간.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오늘 하루를 ‘버틴다’는 이유로 살아도 되는 시간.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울어도 되고,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되고.
그런 시간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마음이 조용히 신호를 보내는 순간.
그게 번아웃이라고 하나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내려놓음’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오래 참는 법만 배워온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견디면 나아질 거라는 말, 지금 힘든 건 내가 약해서라는 말.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며
‘괜찮은 사람’인 척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정작 나를 돌보는 일은 언제나 제일 마지막이었죠.
그러다 문득, 모든 게 무의미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이렇게까지 애써야 할 이유가 있나?’
그 질문 앞에 마주하면, 이제는 그냥 그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싶어 집니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집니다.
항암 하는 동안 그렇게 병원, 병실 침대 커튼뒤 그 공기가 그리워질 지경에 이를 때면 이제 정말 내가 미쳤나 보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통이 그리워지다니 , 미친 게 분명해..
혹시 지금, 저랑 비슷한 느낌이신가요?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사람도, 세상도 다 멀게 느껴지는 그런 시기.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 누구에게나 반드시 그런 시기가 필요합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질 기회를 주기 위해서요.
뭐든 무너져야 다시 쌓을 수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흘러내려야 다시 채울 수 있고요.
지금 이 감정, 이 상태는 잘못된 게 아닙니다.
정상에 가까운 반응이고, 당신의 마음이 보내는 아주 건강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잠시 멈추셔도 됩니다. 잠시 한눈 판다고 해서 잘못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의 기대도 짊어지지 말고, 어떤 의미도 붙이지 말고,
그냥 그렇게, 당신이 ‘살아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을 조금만 쉬게 해 주세요.
당신의 세상은 그리 쉽게 멀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잠시 떠나 있어도, 당신이 다시 돌아오고 싶을 때 여전히 거기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은,
당신이 다시 당신과 연결되기 위한 ‘숨 고르기’입니다.
누구도 대신 쉴 수 없고, 누구도 대신 회복해 줄 수 없는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당신 자신을 위해 써주세요.
마음을 다독여주면 언제든 밝았던 그때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언제든, 당신이 준비되면.
그땐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조금 더 ‘당신 편’인 세상으로 걸어올 수 있을 거예요.
" 꼬옥 마음이 허덕허덕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낸다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꼬옥 쉬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