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모르게 나만 정리하고 있는 관계
눈코뜰새없이 아침부터 낮 초저녁까지는 나는 내가 아닌채로 바삐살아갑니다
그래서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아이들 픽업하고, 밥 차리고, 청소기 돌리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서 그저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바둥바둥 애를 쓰고 있죠
하지만 밤이 되면 고요함이 내게 말을 겁니다
“너 지금, 괜찮니?” 그 질문 앞에 나는 늘 대답을 머뭇거리며 대답하곤 합니다 "아니 안괜찮아"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어긋났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있는데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고, 대화를 해도 마음이 닿지 않았고, 함께 보낸 시간이 쌓여가도
그 안엔 "우리"가 아닌 "나 혼자"만 있던 느낌
애써 이해하고, 애써 믿고, 애써 괜찮은 척했던 나날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의 노력일뿐.
분명 어떤시점 부터였지만 , 그것때문인지 아닌지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느낌.
느낌이라는 건 애매하지만, 지독할 만큼 정확한 때가 있습니다
여자의 촉?여자의 느낌?
익숙하던 표정이 낯설어지고, 늘 하던 말투가 다른 의미로 들리고, 예전엔 함께 나누던 취향들이 이젠 누군가로 인해 바뀌었을 거라 짐작하게 되는 순간들.
이리따듯한 사람이었나? 내가 다 안다고 느꼈던 사람인데도 무척이나 낯설때.
그런사람에게 나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서 그 변화 안에 나는 없는거 같아서 그래서 더 슬픈 느낌.
상대는 늘 똑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
“별일 없어.” “괜한 생각 하지 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네가 한가하니까 잡생각을 하는거야"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내가 괜히 꼬투리를 잡는 건가 혼자서 수없이 되묻고 또 되묻다가 결국 입을 다물게 됩니다.
왜냐하면, 말을 하면 할수록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상대를 힘들게 하기싫었으니까.
내옆에서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가는 그를 웃으며 보내주는 일은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사실 엄청난 연기.
말은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단어 속에서 무언가 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 일이니까.
잠을 이룰수 없는, 모두가 잠든 밤.불을 켜지않은채로 가만히 소파에 기대어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멍하니 창문을 본다 아주 가끔은 조용히 눈물이 고이기도하고.
이게 뭔지 잘 모르는 감정선.
화도 아니고,섭섭함도 아니고,그렇다고 딱히 마음이별이라고 하기엔 그것도 아닌데,워낙 변화에 느리고 힙든 나는, 나를 위해서 마음속으로 혼자 다독이며 정리를 해봅니다
이건 미움도 아니고,실망도 아니다. 그저 지켜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중이랄까요.
말없이,조용히,그러나 분명히.
더는 싸우고 싶지 않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 감정으로 애를 써도 정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사람이 진짜 떠나는 순간은 짐을 챙길때가 아니라 감정을 접을때.
나는 엄마이고, 아내이지만, 그 어떤 역할보다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