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사실 멈춰 있지 않았다.
분명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임신과 출산을 지나며 나는 일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으려 애썼다.
몸은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다음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미술심리치료사 수업을 들었다.
수업시간마다 내 이야기를 꺼내면, 이유 없이 눈물이 먼저 나왔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시간만큼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자격증 하나를 손에 쥐었을 때,
이 시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는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땄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내린 선택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다.
둘째를 낳은 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직후,
나는 내 일을 하고자 텍스타일 디자인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브랜드 이름과 로고도 만들었다.
수업과 사업준비를 병행하며 몇 달이 지나 드디어 첫 그림 의뢰를 받았다.
비전공자로 시작한 텍스타일 디자인이지만,
그때 처음으로 내 능력을 다른 사람이 인정해 준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빠르게 벽을 보여주었다.
코로나로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고,
작업에 집중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수익은 들쭉날쭉했고,
지속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나 더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한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여러 자격증을 따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점점 무거워졌다.
매번 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 나를,
주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의식하게 되었다.
실속 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이 모든 노력이 헛수고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번에는 애매하게 가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환급 과정으로 등록했고,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들이 잠들면 책상 앞에 앉았다.
새벽까지 공부하는 날도 많았고,
몸이 버티지 못해 통증을 겪기도 했다.
결국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긴 시간을 통과해 얻은 결과였다.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격증을 얻고 나서,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섰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취업을 떠올리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있었고,
그 일이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배우고, 시도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움직여도 길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막막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