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사실 멈춰 있지 않았다.
'경력 단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함부로 내게 그 말을 던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내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말처럼 따라다녔다.
이력서를 쓰지 않아도, 면접을 보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 말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척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도 의미 있고,
지금 당장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멈춘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여러 번 설득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다른 감정들이 겹쳐 있었다.
두려움, 낮아지는 자신감,
그리고 애써 괜찮은 척하려는 마음까지.
'경력 단절'이라는 말은
단순히 일을 쉬고 있다는 사실보다 훨씬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는 한 건지,
그 모든 질문이 그 단어 하나에 묶여 있는 느낌이었다.
'경력 단절'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경단녀'라는 단어로 더 쉽게 불렸다.
그 말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묘한 소속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빠져나오고 싶은 프레임 같기도 했다.
그 이름 안에 들어가는 순간, 설명은 쉬워졌지만 가능성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내지 않았는데, 이미 한 번 정리된 사람처럼 불리는 기분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미 한 번 밀려난 사람처럼 느껴질 때였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고, 여전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들은 쉽게 '공백'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게 나는 '경력 단절'이라는 말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어서 멈춘 게 아니라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서 있던 사람에 가까웠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서부터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붙잡고,
나는 다음 자리로 한 걸음 옮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