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2년 동안 복용하던 정신과 약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가장 큰 변화였다.
수면제도 끊었다.
유난히 부작용이 심했던 나는 이제 수면제 없이도 잘 자며,
망가지고 잃어버렸던 내 자신도 점점 되찾고 있는 중이다.
기억을 잃고, 폭식을 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2년 속에 진짜 나는 있었을까?
2년을 통째로 잃어버렸단 생각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을 끊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의 시간들은 그렇게 보내기 싫었다.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잘 살고 싶었다.
근데 이제 막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이제 막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날 가만둘 리 없지.
너무 행복하다 못해 내가 놓치고 있었던 그들의 속삭임은,
"너는 행복하면 안 되는 아이야.
잠시라도 행복을 느껴서도 안돼.
넌 불행과 우울이 어울리고, 그런 감정만을 느껴야 해."
그리고 어제 다시 수면제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