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모두에게 힘들었을 한 해였지 않을까 싶다.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줬던 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고 2021년도 잘 보냈으면 좋겠다.
의외로 사람 만날 일 없을 것 같았던 한 해였지만,
새로운 만남이 많았던 2020년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알바를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한 장소에 우연한 만남으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도 했다.
2020년이 이어준 모든 인연들이
내 마음속 오래오래 기록되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넘치도록 과분한 사랑과 축하를 받았던 22살의 생일.
2020년의 생일이 특별했던 이유는
태어남에 있어서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갈 인생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줬던 하루였기 때문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인연들도 많았던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내 곁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나를 사랑하고, 생각하며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라는
책 속의 한 문장이다.
사람들 저마다 태어날 때부터의 모든 속도가 다르다.
엄마의 뱃속에 품어져 있는 시간부터
긴 진통 뒤에 세상 밖으로
나와 숨을 쉬고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속도가 다 제 각각이다.
10대에는 어른 들의 보호 속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지만,
20대는 성인이 되어 자유를 갖는 동시에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생존하는 데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작가님이 쓴 글처럼 삶의 부피가 늘어나고
그것이 유일하게 허락되는 나이가 20대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양귀자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적당한 우울과 황량한 삶 속에서
아주 작은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는,
내가 애정하고 닮고 싶은
분위기와 말의 온도를 담고 있는 책이다.
빠른 속도로 읽혀,
이 책의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다는 게
느껴질 때마다 책을 덮게 되고
그 마음도 얼마 못가
다시 펼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수많은 상처를 겪어도 또다시 사랑할 나니까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며,
조금 더 단단하고 안정감이 있으며 사랑하고
표현하는 데에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 내가 가장 사랑했던 문장을 인용하며
.
.
.
"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내게 있다.
사랑은 아무래도 나의 천성이니 그것이 고갈될까
걱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황정은 작가, 수상소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