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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02. 2021

2월,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삶에서 파생되는 여러 고민을 단 한 번이라도

내재화해 성숙시킨 적이 있던가.

언제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궁리했을 뿐

스스로의 얼굴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

결핍에 대한 집착으로 오랫동안

내 스스로를 괴롭혀왔다.

음악으로, 책으로, 타인으로 인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이 부족함은 오롯이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결국에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해결이 되는 문제였다.

결핍은 말 그대로 결핍이다.

모든 지 완벽히 총족 되는 피조물은 없으며,

누구나 부족한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또한 쉽지 않았다.

결핍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이해를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흡수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2월의 시작은 고요한 이곳에서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힐링을 받고, 위로를 받는 곳이다.

추위를 뚫고 도착한 이곳,

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향의 냄새와

사람의 손길이 닿은 따뜻한 온기와 함께 끓여진 차는

잠시나마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처음 시도해봤던

 '살람 바 시르 사사나'

넘어가면 어떡하지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었지만,

무엇을 시작할 때 두렵지 않은 일이 뭔들 없으리

여러 번의 실패는 나의 오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지만

1초라도 버틸 수 있음에 나는 만족했다.

아침에 먹기 가볍고 포만감 있는 식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건강한 음식부터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오랫동안 베여버린 식습관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아침 요가는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상쾌함을 준다면,

저녁 요가는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위로와 따뜻함을 선물해 준다.

깔끔하고 맛도 좋았던 일본식 가정집 '온기정'

구운 연어 감자 샐러드라고 사이드로 시켰었는데

시켰던 메뉴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그 외의 메뉴는 평범한 맛이었고,

튀김류에서 연근 튀김이 나의 취향이었다.

온기정에 가본다면,

꼭 구운 연어 감자 샐러드를 시켜보시길!

COY 팸과 함께 했던 하루

멜버른에서 알게 된 나의 유일한 한국인 언니들이다.

언니들과의 만남이 간절히 필요했던 밤,

바로 달려 나와줬던 언니들 덕분에

멜버른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외롭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거라

이것저것 신경 쓸 일 이 많이 없었지만,

대학교를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얻는 정보의 양에 따라

학교생활의 질이 달라졌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내가 한인회에 가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고,

신인회 첫날 지정된 자리에서

처음 만나게 된 언니들이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

그에게 많은 행복을 선물해 줬던 푸코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히면서 선 하나,

점 하나를 신중하게 그리는 동안

푸코를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울컥했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던 것들 중 몇 가지가 있다.

그림을 그릴 때는 타인과 대화를 할 때보다

더 많은 눈 맞춤이 필요하고,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2021년의 첫 여행은 가평으로 떠났다.

장을 보면서 "여행 가자"라고 내뱉었던 말이

현실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던 만큼,

장소와 숙소 그리고 교통 편까지

철저히 계획했던 이번 여행

편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와

1박2일 함께 했던 여행이다.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들과도

추운데도 꿋꿋이 캠핑의 감성을 느끼려고 고생해 줬던

나의 여행 메이트들 너무 고마워.

결국 추위에 못 이겨

딱딱하게 굳어버린 고기를 씹으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실내로 들어갔던 우리들...

캠핑의 아픔을 잊기 위해

가평은

여름에 수상 스포츠를 즐기러 다시 한번 와보자...!

피곤하고 춥고 낯선 환경에서의

 하룻밤이라 힘들었을 텐데

얼굴 하나 붉히는 사람 없이

마무리를 아름답게 해줘서 고마워.

가평 밤 하늘이 담고 있는 수많은 별들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겨울밤의 별은

더 또렷하게 빛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현대백화점을 구경하던 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이 조명

집에 와서 검색해본 이 조명은

Mandalaki Design Studio에서

 수행된 Halo Project는

단순한 빛이 아닌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Halo edition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가지 색상으로 나누어지는데,

내가 본 것은 그중 하나인 Deep Blue다.

이 작품은 우주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적 환상의 깊이를 창조해 낸 작품이다.

그 결과 강렬하고 생생한 자연적인 색깔들은

놀라운 영속성을 창조해냈다.

머리 안 감은 날에는 모자가 최고!

약속을 가기 전 하루 전날부터 뭘 입을까

고민해서 고른 옷보다,

대충 차려입고 나온 옷이 간혹 더 마음에 들 때가 많다.

아마 내 사진첩에 이 사진이 남겨져 있는 걸 보니

이 날 고른 사복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베이킹 클래스,

그리고 처음으로 챙겨보는 발렌타인데이

빵이나 디저트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쉬운, 빵이 구워지는 그 냄새는

날 항상 설레게 한다.


문득 수업을 끝마치며 했던

선생님과의 대화가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항상

빵이 구워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부러워요."

라는 나의 말에 선생님은,


"저는 빵이랑 케이크를 너무 좋아해서

찾아다니면서 사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디저트 카페에 가도 음료만 시키지

빵은 안 먹어요.

버터 냄새만 맡아도 속이 물려서요."


요즘 들어 내가 자주 하는 고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것과,

그저 좋아하는 선 안에서 즐기는 것

그 교집합 사이에서 나는 늘 고민한다.

이 일이 너무 좋아서 직업을 가졌지만,

그것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내게 설레는 일이 아니라

나를 억압시키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4일을 기다렸던 그의 택배

사소한 기념일 하나 빼먹지 않고 늘 챙겨주는 섬세함,

떨어져 있어도

존재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날 만나기 전, 꽃 한번 사본적 없다는 그는

벌써 내게 네 번째 꽃을 선물해 줬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던 2월이었고,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썼던 2월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많았던 달이여서 그런지

유난히 글을 쓰는데 더 힘들었다.

그래도 2021년 시작하고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은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하며

바쁘고 치열했던 하루하루를 보냈던 2월이었지만

그만큼 아프고 무너졌던 순간도 많았었다.

나의 아픔을 알면서도 한낱 스쳐 지나가는

바람뿐이라고 생각하며

모르는 척 회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언제든 기대도 좋다며 자신의 어깨 한쪽을

흔쾌히 내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2월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우울은 깊어지고

사람들과의 만남에 거리낌을 느끼고,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자발적인 은둔자로 변해갔다.


누군가를 만나도 긍정적인 생각을 보유한 채

좋은 영향을 전파시킬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나의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되려 내 주변 지인들에게 오염이 될까 우려가 됐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 일상이 그리웠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고

현재가 지나간 시간들보다 가장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간절한 마음처럼 3월은 2월보다

더 행복한 달이 되길 기도한다.

유일하게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일뿐이니,

넘치도록 과분한 행복보다도 잔잔하고 고요한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2월 마지막 날 읽기 시작 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그 첫 문장은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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