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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02. 2021

3월, <그래도 서로를 안았다>

유학을 시작한 이후로 만남과 헤어짐을

정말 수도 없이 겪었지만

미성숙하고 어렸던 내겐 헤어짐이란

여전히 익숙지 않았다.

사랑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정해진 시간 속에서 만남을 갖고,

이제 막 정들기 시작한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주는 일에 무게를 두고 점차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만남과 헤어짐이

내게 준 가장 큰 좋은 점은

상처와 아픔을 덜 느끼게 해주는 방법을

알려준 준 것뿐이었다.

난 여전히 작별이 싫지만,

3월달 봄기운이 맴돌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안을 수 있었다.

3월의 시작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왜 항상 많은 마음가짐이 필요한 걸까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그냥 시작해버리는 것이 마냥 쉽지 많은 않다.

그래도 운동은 습관화되어야 하고,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F45 한남에서 소영이와 수안이랑 함께했던

극한의 인터벌 트레이닝

하는 동안 정말 숨고를 틈도 없이 너무 힘들었었지만,

운동이 끝난 후 느껴지는 이 개운함을

말로 표현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하나만 더 하면 되는데 그 하나를 정말 하기 힘들 때

그 하나를 하게 해주는 곳이다.

운동하면서 서로에게 화이팅! 하며 응원을 해주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 수안이 덕분에

너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함께해 준 소영이에게도

너무 고마운 시간이었다.

(소영아 우리 일본 가기 전에 빨리 모이자...)

3월 15일 새벽에 도착한 택배

사실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아본 지가 언제였던지

잊고 지냈던 터라 까먹고 있었다.

그가 내게 준 힌트는 " 예쁜 쓰레기 일 수도 있어.

근데 한 번도 내가 당신에게 준 적이 없었던 거야"

였었는데 정말 내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고

그에게 받아본 적 없었던 선물이었다.

늘 많은 것을 주는 그라,

그에게 받아 보지 못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받았지,

받아 보지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소중한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매년 내 생일을 챙겨줬기 때문에

사실 언니가 생일선물을 못 챙겨줬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못 챙겨준 게 마음에 걸렸다며

뒤늦게 챙겨줬던 생일선물

한 번쯤은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냥 넘어갈 법도 한데 늦게라도

챙겨주는 다정하고 섬세한 우리 언니

너무 고맙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사용하면서

언니 생각하고 있어

아우어 베이커리를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더티초코가

딱 도착했을 때 이미 다 팔렸던 지라,

새로 나올 때까지 5분가량 기다렸다.

기다린 게 아까워서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개를 담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다 먹었다.

 (내가 말했지 있으면 다 먹는다구!)


언니가 카페에서 해줬던 얘기가 기억났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당연시 여겨졌던 일상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잃으며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 언니는 올해 28살이 되었지만,

아직 27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정신없이 지나갔던 2020년,

27살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아서 새해가 지나고 4개월이 지난 후에도 아직 28살이 어색하다고.

나 역시도 2019년과 2021년 사이인 2020년을

누군가 칼로 싹둑 잘라간 것 같다.

올해도 작년과 다를 것은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한된 삶 속에서 작은 재미를 발견하고,

나를 너무 옥죄이지 않되 너무 나태해지진 않도록

유연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또 다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역병을 대비해서

드디어 D-DAY

도착하자마자 두 손 가득 들고 와 전해준

그의 선물과 편지 두 장

그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삼겹살을 먹으러 가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렇게 우리들이 기다려왔던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의 다리 중 하나인 동호대교

다리의 불빛들도 물론 예쁘지만 이곳에 오면

한참 동안 바라보는 것은

강물에 비친 불빛들의 모습이었다.

그와 꼭 와보고 싶었던 장소였는데

산책하기 가장 좋은 날씨에 오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함께 저녁을 먹고,

선선한 공기와 함께 밤에 산책을 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우리가 떨어져 있는 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은

이러한 평범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줬다.

3월의 기록을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다 보니

3월을 끝자락에 멈춰 서게 되었다.

어연 호주에서 온 지 정확히 1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음-말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감정들을 느꼈다.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팠던 시간들도 존재하지만,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일들은 여전히 내게 별일이 아닌 일들이 아니지만

깨달음을 준 것도 많았기 때문에

결코 의미 없는 시간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느끼려고 애쓰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고 보내려고

애썼던 3월의 마지막을

그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매달 하나씩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쉼'과 '잠'도 중요하다.

나를 되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얻어내려 애쓰지 않는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테 지만,

그러다 보면 다시 볼 날이 올거라 믿어.


3월달 함께 해줬던 친구들, 사촌들,

그리고 사랑하는 그에게 너무 고맙고

앞으로 다가올 알록달록한 계절

모두 함께 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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