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을 아이에게
애 둘은 낳아야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고, 돈이 많이 드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꼰대 같기도 하다. 나 역시 공감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건 전적으로 외동으로 자란 나의 생각이며, 결국 선택은 각자 부모 된 이의 몫이다.
어느덧 스물아홉, 한창 사회생활로 바쁜 시기임과 동시에 이 나이쯤 되면 주변으로부터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나 역시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든 세상 속에서 힘든 청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 명으로써 청년들이 결혼이나 아이 갖는 걸 포기하는 것을 너무 이해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둘은 낳아야 한다'는 말엔 왜 동의할까?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예 안 낳던가, 기왕 낳기로 결정했다면 둘은 낳아야 한다."가 내 의견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늦둥이 외동딸로 29년째 살아가고 있는 나는 현재 부모님이 70대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 수록 몸의 이곳저곳이 하나 둘 고장 나기 시작하고, 자식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챙겨주었듯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챙겨야만 하는 시기가 온다. 점점 사회적 책임과 부모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갈 때 '혼자인 아이'는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짐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한다. 주변에 친구나 다른 친척들이 있다 한들 웬만해서는 나와 짐을 나눌 수 있는 형제 한 명 더 있는 게 나은 게 사실이다.
보통 부부가 2세 계획을 할 때 중요 고려 사항 중 하나가 '아이와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반대로 '훗날 그 아이가 나이 든 부모에 대해 가질 책임의 무게'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보통 편부모 가정에게 하는 걱정 어린 말이 있다. '혼자 기르기 얼마나 힘들까' 그렇다면 반대로 외동인 아이가 훗날 부모에 대해 가질 책임감의 무게는 그것보다 가벼울까? 물론 부모의 노후가 얼마나 준비돼있느냐에 따라 자식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노화의 문제가 어디 경제적인 문제뿐이겠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는 심적, 육체적 변화를 겪으며 자식에게 어쩔 수 없이 의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차치하더라도 세상엔 혼자 짊어지기 버거운 일들이 너무 많다. 이럴 때 '평생 친구'라 하는 형제, 자매를 만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들에게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부부가 한 팀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양육하듯, 아이에게도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