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관한 고찰-1
계절은 기억을 써 내려간다.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간다'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안던 날의 떨림.
나를 부르던 목소리, 나의 마음을 태우던 그 사람에 대한 기억...
아득해져 버린 사랑과 멀어져가는 꿈.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며 세상에 물들어 가는 나의 모습. 그렇게 겨울을 채워간 기억들...
참 아름다운 노래다.
겨울 바다에서 코트의 깃을 세우고,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에 희미해졌다가 다시 채워지는 추억을 자연스럽게 내 버려두는 상상을 해 본다.
아...가슴 시리게 아름답구나.
찬 바람이 불어 오니 소중한 것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햇빛도 아무 방어없이 맞아들이고,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나의 여름을 싱그럽게 해 주었던 울창한 나뭇잎들 하나하나도 끝까지 잘 메달려 있기를 소망한다.
이 청명한 바람에 시베리아의 찬 기운이 좀 천천히 섞여 들어오면 좋겠고,
높고 깊은 하늘을 하루라도 더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망이 아니라 나의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이 계절이 주는 축북을 마음껏 누리며 가을 어느 날의 기억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