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그리운 나무 그늘 Oct 12. 2022
내가 가장 사랑하는 현대 문물 중 하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작고 편리한 그 기계를 귀에 장착하는 순간 세상의 모든 음악이 가슴을 울리는 명곡이 된다. 어디 그 뿐인가...걸어다니는 뚜벅이인 나에게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을 최고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어준다.
작년.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던 어느 날.
천변길로 접어 드는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가을 정경에 딱 맞추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울려퍼진다. 그 순간 심장이 멈추어 버리는 듯한 벅참과 감격. 하늘과 바람과 음악이 만들어 낸 갑작스런 공연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를 탄생시킨 러시아에 감사를 드렸다. (비록 지금은 탐욕스런 전쟁으로 세상을 아프게 하고 있지만...) 아마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에서 태어났기에 그의 음악에 저리 아름다운 서정성이 담겼을 것이다. 브라보!
작년에 필리핀 세부에서 3년 동안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 365일 여름인 나라에 사는 것은 계절의 변화라는 엄청난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잔인함이 숨어 있다.
당연히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함이 없이 살아온다. 계절이라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당연했던 나에게 우리나라의 하늘과 바람과 풀꽃, 그리고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지대한 축복인가...
이런 소중한 지구가 아파하는 현실에 슬픔을 금치 못하며 오늘도 하루를 아끼고 사랑하며 보내야겠다. (주제 전환과 확장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