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필사

2021.02.12

by 애늙은이

봄날의 경치는 화려하고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유쾌하게 하지만 가을날의 경치만 못하다. 가을에는 흰 구름에 맑은 바람이 불고 나초와 계수나무 향기 은은하며 수면은 하늘과 한 빛깔을 이루고 하늘의 달이 물결 위로 비치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상쾌하게 만든다.




노쇠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젊은 시절을 바라보아야 분주하게 공명을 좇는 마음을 제거할 수 있고, 영락했을 때의 입장으로 지금의 영화로움을 바라보아야 사치스럽게 부귀를 추구하는 생각을 끊을 수 있다.




세상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너무 진실한 것으로 알기 때문에, 모든 일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여 갖가지 기호와 번뇌를 낳는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있음을 생각지 않는데 어찌 사물의 귀중함을 알겠는가!"라 하고, 또 "이 육신이 본래 내 소유가 아닌 줄 알진대 번뇌가 어떻게 나를 침범하겠는가!"라 하였으니, 참으로 정곡을 간파한 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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