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필사

2021.03.13

by 애늙은이

소나무 우거진 산골짜기 냇가에 지팡이를 짚고 홀로 거닐다 문득 멈추니 해어진 옷에서 구름이 일고, 대나무 무성한 창문 아래에 책을 베개삼아 편히 누워 졸다 문득 깨어나니 낡은 담요에 달빛이 스며드네.



색욕이 불길처럼 일어나더라도 병들 것을 생각하면 싸늘한 개처럼 식어 버리고 명예와 이익이 사탕처럼 달콤할지라도 죽을 것을 생각하면 밀랍 씹는 것처럼 아무 맛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죽음을 걱정하고 병을 근심하면, 헛된 짓을 삼가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예복을 차려입은 고관이 모인 곳에 명아주 지팡이를 짚은 은자가 한 사람 있으면 고상한 풍취가 한층 더해지되, 어부와 나무꾼이 오가는 거리에 옷을 잘 차려입은 관리가 한 사람 있으면 오히려 속된 기운만한층 더해지니, 진실로 진함은 담박함만 못하고 속됨은 고아함만 못함을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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