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토지 2부(5권~8권)

by 노각

토지 2부까지 8권을 읽는 동안 2번 울었다. 첫 번째는 기생이 된 봉순이가, 간도 용정촌 부근의 퉁술포에서 중국사람의 땅을 소작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용이네, 영팔이네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평사리에서 서희를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헤어진 봉순이가 기생이 된 큰 변화를 겪은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마을 사람들은 엄마의 품이요, 어린 시절이요, 고향 산천이요, 토지였다. 마음을 다 풀어헤치고 아이마냥 서럽게 우는 봉순이의 그 절절한 그리움과 고단함과 회한이 피부에 닿듯 느껴져서 울음이 왈칵 솟구쳤다.


두 번째는 월선의 죽음이었다. 월선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용이가 나타나지 않는데 대해 아들 홍이를 비롯해서 주변사람들이 모두 비난했지만, 월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월선이 용이를 만나지 않고는 죽지 않을 걸 아는 용이가 며칠이라도 월선을 살게 하려는 몸부림이었음을. 드디어 나타난 용이는 나뭇잎처럼 마른 월선을 안고 말한다.


우리 많이 살았다.

니 여한 없제?

나도 여한이 없다.


말은 짧지만 그 안에 실린 마음은 얼마나 크고 무거운가? 그들이 겪은 모진 세월을 생각하며 피고름이 찬 마음을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것이다. 서러운 사랑이었다.


윤보의 죽음도 인상적이었다. 인습과 관례에 따른 사람의 구별을 단호히 거부하고, 사람 도리에 충실하며 생사에 연연해하지 않는 진정 자유롭고 호방한 동학꾼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편, 내가 여성작가라는 틀을 너무 의식하며 이 책을 읽고 있나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너무나 다양한 인간 군상, 그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고뇌는 거칠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 그 누구도 빠뜨리지 않고 안부를 전하듯 한 명 한 명의 삶을 그리고, 각자의 삶을 그물망처럼 엮어내는 솜씨는 참으로 정교하고 세심하다.


박경리는 진정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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