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부까지 8권을 읽는 동안 2번 울었다. 첫 번째는 기생이 된 봉순이가, 간도 용정촌 부근의 퉁술포에서 중국사람의 땅을 소작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용이네, 영팔이네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평사리에서 서희를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헤어진 봉순이가 기생이 된 큰 변화를 겪은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마을 사람들은 엄마의 품이요, 어린 시절이요, 고향 산천이요, 토지였다. 마음을 다 풀어헤치고 아이마냥 서럽게 우는 봉순이의 그 절절한 그리움과 고단함과 회한이 피부에 닿듯 느껴져서 울음이 왈칵 솟구쳤다.
두 번째는 월선의 죽음이었다. 월선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용이가 나타나지 않는데 대해 아들 홍이를 비롯해서 주변사람들이 모두 비난했지만, 월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월선이 용이를 만나지 않고는 죽지 않을 걸 아는 용이가 며칠이라도 월선을 살게 하려는 몸부림이었음을. 드디어 나타난 용이는 나뭇잎처럼 마른 월선을 안고 말한다.
우리 많이 살았다.
니 여한 없제?
나도 여한이 없다.
말은 짧지만 그 안에 실린 마음은 얼마나 크고 무거운가? 그들이 겪은 모진 세월을 생각하며 피고름이 찬 마음을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것이다. 참 서러운 사랑이었다.
윤보의 죽음도 인상적이었다. 인습과 관례에 따른 사람의 구별을 단호히 거부하고, 사람 도리에 충실하며 생사에 연연해하지 않는 진정 자유롭고 호방한 동학꾼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편, 내가 여성작가라는 틀을 너무 의식하며 이 책을 읽고 있나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너무나 다양한 인간 군상, 그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고뇌는 거칠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 그 누구도 빠뜨리지 않고 안부를 전하듯 한 명 한 명의 삶을 그리고, 각자의 삶을 그물망처럼 엮어내는 솜씨는 참으로 정교하고 세심하다.
박경리는 진정 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