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주복

by 노각

엄마는 치매노인이라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되고 깔끔하고 얌전한 편이시다. 그런 엄마가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점은 주무시는 동안 기저귀를 벗어버린다는 것이다. 당신도 의식 없이 하는 행동인지, 왜 그랬냐고 추궁하면 늘, "몰라"라고 대답할 뿐이다. 아침 방문을 열 때 침대 머리맡에 벗어서 얌전히 개어놓은 기저귀를 보면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것 같다. 목욕과 옷, 침대카버 빨래까지 다 일이다. 반사적으로 화가 치민다. 얌전한 엄마지만 내 노여움에 도리어 역정을 낸다.

내가 하도 애를 먹으니까 남편이 우주복 같은 걸 입히면 되지 않을까 한다. 손이 안 닿으면 벗을 수 없을 것이라며...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허허 웃고 말았다. 그런데 진짜 노인 우주복이 있다는 것이다. 특수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지퍼를 열 수 없는 옷이란다. 그래도 구입할 마음을 먹기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진짜 사야 하는가 싶어서.


엄마는 썩 좋아하지 않았다.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 아니라서 엄마 눈에도 영 못마땅한 것 같다. 분홍색에 땡땡이 무늬가 얼마나 귀엽냐며 달래서 입혔다. 당연히 효과가 있었다. 다만 며칠은 지퍼를 내리려고 밤새 분투를 하신 것 같다.


엄마, 미안해. 하지만 나도 골탕을 덜 먹어야 엄마랑 오래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니 이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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