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과 영화평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9 - 이상과 현실 1
스칼렛이 그토록 처절하게 지켜내려고 애썼던 것은 타라의 땅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애슐리를 향한 그녀의 변치 않는 사랑이었다.
영화에서 애슐리를 대머리 아저씨로 표현한 것도 지나쳤지만, 더 나빴던 것은 그가 현실과는 부조화를 이루는 유약한 인물로만 묘사된 것이다.
실제로 이상주의자가 현실 속에서 우유부단하고 연약하게 비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대부분의 이상주의자들이 박애주의자이고, 따뜻한 인간애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기에, 타인의 눈에는 비현실적이고 쉽사리 포기하고 양보하는, 나약한 인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주의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확고한 주관과 뚜렷한 정의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세상은 모두에게 험난하고 살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한다.
그 속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뜻밖의 상황에 뜻밖의 당당함으로 대처하는 일은,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이상과 주관을 끝까지 고수해 나가는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상주의자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근본이자 원동력이다.
실제로 책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나, 애슐리와 그의 처 멜라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랑스러운 인물들로 묘사된다. 그것은 그들의 성격 밑바탕에 그 누구보다도 강한 주관과 자신감이 있음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애슐리와 멜라니는 시기를 잘못 타고 전쟁 중에 아이를 가짐으로써, 멜라니의 몸을 상하게 하는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그것은 출산과 함께 멜라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행을 초래한다.
그러나 책은 그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상주의자인 애슐리와의 결혼에서, 가혹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병약하게 죽어가는, 격식과 종교를 대표하는 멜라니 대신, 현실과 싸워 이겨낸 강인함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지닌 현실주의자 스칼렛을 대체시킬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그로써 저자는 이상과 현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의 결말은, 영화에서처럼 마지막에 스칼렛이 탐욕을 대표하는 레트와 결합할 듯한 암시를 주고 끝난 것이 아니라, 현실주의 그 자체인 스칼렛이 이상주의인 애슐리와 끝내 결합함으로써, 현실적인 이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스칼렛은 멜라니의 죽음 앞에 약해진 애슐리에게 실망하며, 자신을 계속 좋아해 주던 탐욕주의 레트 버틀러에게 돌아가 안주하려 하였다. 그러나 레트 역시 애슐리에게 무릎 끓고 현실인 스칼렛을 양보하였다고 본다.
이 책에서의 이상은 애슐리이고, 현실은 스칼렛이다.
오늘날의 현대 민주주의는, 바로 이 이상과 현실의 결합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미래에의 이상과 현실의 결합을 이 책에서 예견하였다고 본다.
영화는 이 책의 내용을, 단순히 남북전쟁을 묘사한 시대물이나, 그 시대를 살았던 억척스러운 한 여인의 일생을 묘사하는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의 방향을 탐욕스러운 레트를 찾아가는 스칼렛을 암시하는 것으로 종결지은 데에 커다란 오류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영화만을 보고 기대하는 것처럼, 스칼렛이 레트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한 범주에서의 스칼렛은 애슐리와 결합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의 결합을 뜻하고,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바라던 문명의 종착지이며 안식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