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단 Aug 18. 2024

법이 늙었다 50

이 글들을 내놓게 된 이유

   - 이 글들을 내놓게 된 이유


 이쯤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려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발언들은 상당히 도발적인 발언들이었다.

 한편으로는 무모하고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이 사회주의의 '사' 자만 들어도 치를 떨며 없애려 혈안이었던 시대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내가 이 글들을 써놓고 10년 넘게 그 어디에도 내놓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훌륭한 사람도 못되고 경계심이 많고 게을러서 남달리 큰 부를 축적하지도 못했지만, 그간 읽은 방대한 책들 덕분에, 시대흐름에 대한 상황파악은 좀 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예측한 일들이 종종 실제로 일어나곤 하였다.


 예를 들어, 나는 김영삼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차선 대통령은 김대중 씨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5년 후 그것은 사실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 문민정부에 들어설 당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김영삼과 김대중 둘만이 압도적으로 눈에 띄었고, 그중 김영삼이 되었으므로, 다음 차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김대중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당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예언도 아니고 상황파악에 따른 예측일 뿐이었는데, 무척들 놀라워하곤 하였다.

 뭐 개인 자신에 대한 상황파악은 그닥 잘하고 있지 못함은, 하잘것없는 자신을 보면 족히 알 듯하다.


 나는 글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을 뿐, 이 글에 있던 도발적이고도 위험한 발언들을 주위에 종종 하고 다녀, 주변 사람들의 경계심을 사곤 하였다.

 지금의 시대에도 나의 글들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걸까?

 사실 신냉전시대에 돌입하고 있다는 지금은 더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을 듯하다.


 모두들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는 모르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뭔가 가능해 보이긴 하는데 자꾸 엇나가는 느낌이고, 이건 아닌데 대체 뭘까 싶은 모양이다.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랄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아니다.

 색깔론과 양극론에서 좀 벗어나나 싶더니, 그보다 더한 것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이 펼치고 있는 흑백논리와 인종차별도 그렇고, 나라 간 원색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논리도 그렇다.


 강대국들은 한때 평화로이 같이 잘 살자더니, 갑자기 혼자 잘살겠다고 꼼수를 부린다.

 그 바람에, 함께 걸음걸이를 맞추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옆으로 쓰러지며 빈곤의 쓰나미를 겪고 있다.

 저 혼자 강대해지겠다고, 제 뜻대로 안 되는 저보다 약해 뵈는 나라를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강대국의 누군가의 한 마디로 주가가 급등 급락을 거듭하며, 나름 잘살아보려 애쓰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돈에 대한 가치인식이 지금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뭘 하든 돈이 최고다.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생각보다는,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일부에 쏠리며 모두들 휩쓸려가고 있다.

 나보다 강해 보이는 누군가를 쫓아가면, 자신도 덩달아 강해지리라는 착각들을 한다.

 그러나 그 강해 보이는 누군가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용할 뿐이다. 자신만이 더 강해지기 위하여. 


 '나 이 정도면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이대로 쭉 가보자'고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축하한다.

 당신은 우리나라 소수 10%에 속하는 거다. 그리고 둘러보고 즐겨보라. 나 아닌 고통받는 사람들을. 힘들고 지쳐있으면서도 아닌 척하는 사람들을.

 이 정도로 괜찮지 않으면서, 불안하고 못 견디겠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복한 척하고 있는 사람들을.

 당신도 그중의 하나는 아닐까?


 그 누구라도 세계최강자의 말 한 마디면 고꾸라질 상황에서, 혼자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질까?

 다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혼자 꼿꼿하게 서 있으려 하면, 그게 가능할까?


 이제 좀 먹고살만한가 보다 했는데, AI가 찾아왔다. 얘가 다 할 줄 안단다. 심지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더 잘한단다.

 너 좀 빠지란다. 내가 필요 없단다.


 사람 편하자고 기계를 개발해 놓았더니, 사람이 필요 없어졌다. 사람이 할 일이 없다.

 아직은 완벽한 로봇을 개발하지 못했으므로, 몸 쓰는 노동자들이나 기획, 감정을 다루는 직업들은 그나마 낫다.


 사무직이나 지식, 정보, 번역, 디자인, 작곡, 예술 등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은 이제 다 잘리거나 극히 일부만 걸러질 판이다.

 그들 없이도 컴퓨터로 잘 해결된다.


 최고 엘리트라 자부하던 소위 '사'자 직업들도 불안해진다. AI가 한 진단이 더 정확하고 수술도 잘하고, 범죄자에 대한 판단도 후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잘할 수 있단다.


 배우, 가수 등도 마찬가지이다. 더 예쁘고 잘생긴 AI캐릭터가 더 멋진 쇼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돈 들이고 시간 쪼개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나 편한 시간에 인터넷 안에서 큰 부담 없이 해결이 가능하다.


 앞으로 극히 소수 말고는, 대다수는 할 일이 없어진다.

 대다수가 불필요해지고 대다수가 배고파진다.


 대다수가 배고프고 돈이 없어지면, 부유하던 소수도 돈이 없어진다.

 아무도 그 소수가 팔거나 제공하는 무언가를, 사거나 소비할 돈이 없어, 소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불필요해지고 모두가 배고파진다.

 불안한 사람들이 많아지며,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요즘 한국에서 애 많이 낳아야 한다고, 다둥이부부가 애국자라고 부르짖는 이 시대에, 애만 낳아놓는다고 장땡이 아니라고, 내가 초치고 다니는 이유이다.

 애만 많이 낳으면 뭐 하는가? 그 애들이 커서 할 일이 없을 테고, 일 못하면 어차피 세금도 못 낼 텐데.

 결국 그 애들이 낸 세금으로, 우리 늙으면 받을 연금을 충당하려는 단순계산에 의한 이기적 발상 아닌가.


 아마도 기본연금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본연금은 앞으로 시대여건상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다.

 대단히 인간적인 최고권위자가 아니더라도, 정책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운영이 잘 돌아가지 않게 될 것이다.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들은 기본연금으로 먹고살고.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이제 운동에 열중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제는 운동기구에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능을 첨가하여, 사람들은 기계에 줄 전기밥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필수적으로 의무적으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스스로의 쓸모를 찾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 1차 산업시대를 되돌이키게 될지도 모른다. 밭 갈고, 씨 뿌리고 닭 키우며.


 힘센 누군가는 아마도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 기도할지 모른다. 전염병이 나돌기를.

 AI와 드론을 이용한 전쟁은, 역사상 유례없는 살상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를 백분 이용하여 부를 쌓고 싶은 힘센 소수가 있을 것이다.


 힘센 소수는, 너무 많은 돈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연금으로 나누어주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전쟁을 일으킬밖에. 기도라도 할밖에.

 그리하여 인구도 줄이고. 돈 나갈 일도 줄이고.


 그래야 힘센 소수인 내 배를 양껏 불릴 수 있을 터이니.

 힘센 소수들은, 그들이 로봇을 시켜 만든 소비재를 소비해 줄 대중의 필요성을, 그 대중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그렇게 되라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점검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정신체계가 건강하고 올바른지.

 우리의 사고와 판단이 돈과 권력에 지배받지 않고, 제대로 깨어있을 수 있는지.

 그래야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헐뜯고 물어뜯으며 모두가 파괴되는 길을 가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터이니.

작가의 이전글 법이 늙었다 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