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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관 Mar 09. 2024

무적(霧笛)


내 아픔을 이해한다니

깊게 오해했구나


감사인사는 하지 못했다


식탁을 도둑맞은 듯이

허기지다가

뜯지 않은 소포처럼

더부룩한 저녁이면

반문하지 않아서 순진한

오르골 태엽을 감았다


운명을 비웃고 싶을 때는


누가 벗었는지도 모를 재활용함에서 가져온 외투를

몇 번 털고


아무렇지 않게 입었다


무적(霧笛)처럼

미리 일러줄 사람이 아쉬워서

잠든 강아지를 보면서도

부모를 떠올렸다


겨울나비를 보듯

너를 걱정했다


문은 벽의 수술자국 같은 것이어서

열리지 않고

묵은 약속도 없고

바깥이 궁금하지 않았다


환멸로 욕설을 던진 후엔

눈사람은

입 냄새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뒤척거리다가 자정의 창을 열면

허공에서

숯 냄새가 났다


표정은

내가 나를 괴롭히다가 생긴

부작용일 뿐인데


나를

들킬 때마다  

거울을 엎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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