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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an 16. 2024

15. 30일, 추억의 되새김질

내가 사랑하는 버찌

2023년 10월 27일


울며 불며 지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가 떠난지 30일이 지났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이제 네 물건들은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추억의 형상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냥 네가 긴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아직도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네가 먼발치서 뛰어나와 마중을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났는데 이불 위 네가 항상 누워있던 자리에서 무게감과 온기가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놀라 왼쪽 옆구리 옆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왔다 갔나 보다.


최근에는 우리 가족들 꿈에 나와 인사도 해주었다.

떠난 와중에도 우리를 생각해준 착한 네가 정말 고마웠다.


나는 니트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옷 정리를 하며 네 털이 박힌 옷들을 많이 발견했다.

예전에는 털 한 가닥 남기지 않고 떼어냈지만, 이제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그 옷을 입고 외출한 뒤, 벗어서 네 털이 붙어있던 위치를 확인해 보니 그대로 잘 붙어있어 미소가 지어졌다.

너는 아주 작은 모습으로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괜찮지만, 또 어떤 날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 된다.

너와 연관된 기억이 무수히 많아 매일 찾는 재미도 있지만 동시에 슬퍼진다. 그런 기억을 닳고 닳도록 보고, 읽고, 만진다.

너에게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날들, 그리고 너 때문에 행복했던 날들이 교차하여 눈물이 흐른다.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세상의 전부가 우리였다는게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믿어주고, 좋아해줘서 고맙다.


30일의 시간을 부정하고 싶은 하루이다.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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