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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Apr 12. 2022

누님들... 칭찬은 없나요?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먼저 주고 있나요?

벚꽃이 만개한 주말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카페에 하루 고객만 대충 200명이 넘는 것 같다. 쉴 틈 없이 줄을 선 손님들로 하루 종일 계산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수분이 이것저것 알려주시지만 처음부터 누가 잘하겠나? 

때로는 주문을 틀리게 받고, 계산도 할 줄 몰라 식은땀이 나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아르바이트 짬빠? 가 있으니까 졸지 않았다. 

잘못했으면 죄송하다고 말하자

"네!", "알겠습니다", "제가 해볼게요"라는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었다. 급하게 하는 것보다 신속하되 꼼꼼히 하자고 스스로 되새겼다. 그렇게 나는 잔실수를 많이 하고, 많이 물어보고 되도록 많이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도 이런 마인드를 처음부터 가졌었나?"라고 생각해 봤지만 단연코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자격지심, 자존심, 소심이라는 3 단어는 불과 몇 년 전 나의 모습을 대변하던 키워드였다. 스무 살 때부터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수많은 장사꾼들을 만나봤다. 돈을 안주는 거래처 사장님, 깐깐한 회사 지게차 직원들, 은근히 비아냥 거리는 동종업계 사장님들 덕분에 정말 많이 성장했다. 


흘려보낼 사람은 흘려보내야 내가 가장 평온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덕에 현명함을 배울 수 있었다. 상대가 화를 내거나 비아냥하더라도 애써 반박하려고 하지 않는 것.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냥 인정하고 흘려보낸다. 그게 내 가치를 지키고 상승시키는 것이다. 


이후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다. 빠르게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이나 현명한 관계 그리고 스스로 성장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커피 레시피를 외우고 만드는 법이야 어렵지 않다. 일이야 충분한 시간과 반복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 소통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28살인 내가 이곳 카페에서 나이로 막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죄다 누님들이라니... 나도 꽤나 나이가 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첫날 6시간 동안 정신없이 바쁜 일을 마치고 같이 일하시던 누님들이 한 말씀씩 던지셨다. "내일 나올 거죠...?" 한 10번은 돌아가면서 물으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직원들과 함께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급여? 복지? 커리어?


물론 높은 급여도 한몫하겠지만, 열심히 일한 나를 되돌아보니 딱 하나 부족한 게 보였다. 바로 '칭찬'이다. 

이틀 동안 스스로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일을 잘 배우고 마쳤는데, 단 한 사람도 작은 칭찬의 말을 건네준 적이 없었다. 


뭔가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시지만, 정작 동료들 간에 "감사해요", "오! 좋아요"라는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한테도 아닌 다른 동료들에게도...


사소한 삭막함? 이 느껴질 때쯤 다들 건네는 말은 "다음 주에 나올 거죠?"

 





우리들은 일상의 관계에서 충분히 남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잔소리, 화, 분노를 하는 건 아닌가? '사랑한다는 마음이 때론 지나쳐 분노로 상대를 굴복시키기도 한다.' 


"걱정하니까", "또 실수할까 봐", "제대로 못할까 봐" 분노를 가르쳐주지 말자. 

잘못한 게 있으면 현명하게 설명하고 알려주자.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사소한 칭찬의 말을 건네주자. 


피그말리온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생각과 믿음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법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불신하거나 벽을 세운다면 상대도 똑같이 나와 멀어지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한 식물 화분에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단어를 적고 실제로 물을 주며 좋은 말과 웃음을 주며 키웠다. 반면 옆의 식물 화분에는 욕설과 부정적인 단어를 붙이고 물을 줄 때도 분노의 말을 건넸다. 몇 주뒤, 첫 번째 화분은 건강하고 꽃이 활짝 피었고, 두 번째 식물은 시들시들하고 꽃이 피지 못했다.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멋진 동료들이 있다면 먼저 뜻밖의 칭찬의 말을 건네보자.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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