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 제주 협재 일기 열흘 < 동행 >

by 준환

한림 오일장 – 협재해변 – 신창풍차해안도로


오늘부터 일행은 여섯. 모두 한 테이블에서 아침 먹을 수 없어 차례를 나누었다. 사람이 늘면 같은 음식도 더 맛있다.


어제 아내와 가장 가까운 친구 가족이 왔다. 남편은 내가 다니는 회사 선배로 우리는 그들 부부가 맺어준 인연이다. 아내와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와 직장도 동일했고 아이들이 외동인 터라 가까이 살며 자주 본다. 그동안 가족 모두 어울려 강원도, 인천 섬, 베트남 등 웬만한 친구보다 자주 여행했다. 선배는 항상 그랬듯 준비해 온 일정을 말했다. 맛있는 집과 숙소에 가까이 있는 둘러볼 곳이 지도에 빼곡했다. 마침 4일이라 한림 오일장에 갔다.


4일과 9일 열리는 오일장터는 읍내 중심에서 좀 떨어졌다. 단층, 간이로 지어진 건물 가까이 가기 전만 해도 장이 섰는지 의심 갈 정도로 조용했으나 입구는 이미 만차였다. 길 건너편에 간신히 차를 세우고 먼저 내린 일행을 따라갔다. 시장 안은 없는 게 없었다. 제주와 뭍에서 온 과일, 채소가 다양했고 물고기는 갓 잡은 듯 신선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선 김밥집 앞에 멈췄다. 김에 말린 게 신기할 정도로 꽉 찬 당근과 달걀지단 속에 어른도 한 줄이면 충분해 보였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의 과자 쫀드기를 두어 개씩 쥐여줬다. 시장에서 눈길을 끈 건 커다란 갈치였다. 머리와 꼬리를 제거했음에도 한 마리는 일 킬로가 넘었다. 아이도 그 크기에 반한 듯해 하나 사서 구워보려 했으나 일행들의 걱정하는 표정에 첫물 수박 한 덩이와 포도만 사 돌아왔다.


화창한 날씨에 낮은 점점 더워졌다. 협재해수욕장은 바다색과 고운 모래가 아름다워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잠시 숙소에 다녀온 사이 아이 둘은 멀리까지 이어진 얕은 바다에 이미 몸을 담가 흠뻑 젖었다. 작년까지 물이 무서워 발만 담갔으나 오늘은 어깨까지 잠겨 물장구치고 헤엄치는 시늉을 하는 아들. 모험심 강한 누나 덕분이다. 한참 물에 들락날락하더니 이내 모래놀이에 빠졌다. 작은 동산은 제주도고 둘레에 놓아둔 해초는 바다라며 스스로 만든 모양에 의기양양해했다. 바다는 그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어느덧 세 시가 넘어 허기가 밀려왔다. 한경에 있는 미리 골라 둔 흑돼지구이 집에 갔다. 부드러운 생목살은 쿰쿰 짭조름한 멜젓에 찍혀 쌈과 함께 사라졌다. 구운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는 된장찌개를 하나 시켰는데 새우가 들어간 데다 양이 넉넉했다. 게다가 좋아하는 어리굴젓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깃집에서 밑반찬만 잔뜩 먹는 내게 핀잔줬지만 아무렴 어떤가.


신창 앞바다에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있다. 근처를 지나는 길은 신창풍차해안도로라 이름 붙었다. 푸른 바다와 그 위에 선 하얀색 바람개비가 주는 이색적인 풍경에 잠시 멈췄다. 마침 썰물 때로 돌 해변이 멀리까지 드러났고 바위와 틈 사이에 보말이 아주 많았다. 아이들과 생수병을 하나씩 들고 내려가 엄지손톱만 한 큰 것만 골라 주웠다. 한동안 담는 데 열중하다 병을 보니 보말 아닌 것도 안에서 꿈틀댔다. 소라게였다. 보말 껍질 안쪽에 웅크리고 집게발을 오므려 입구를 막으면 보말과 꼭 같았다. 위험이 사라질 때야 본모습이 드러나 일일이 찾아 상당수를 내버렸다. 설명을 듣고 난 아이들은 흥미를 갖고 더 열심히 가려서 주웠다. 군데군데 텔레비전에서나 본 군소나 성게를 보며 감탄했으나 겉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감히 집지는 못했다. 돌고래 가족이 나타나길 기다린 대정읍 앞으로 옮겨서도 보말잡이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해감하고 죽 쑤는 데 시간이 많이 들 거 같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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