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고기잡이 체험 – 곽지해수욕장 – 보말 손질
고기잡이 체험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내가 끓인 콩나물국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한림 선착장으로 갔다. 오늘 하루는 아빠와 아이들만의 시간, 아내 둘은 휴식이다.
테우라는 게 있다. 뗏목의 제주도 방언이다. 예전에는 통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바다에 띄워놓고 노로 이동하며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을 옮기거나 포구 가까이에서 물고기 잡았다. 지금은 통나무 위에 널빤지를 덧대었고 노 대신 도르래에 낀 밧줄을 쓴다. 낚시는 이 테우 위에서 한다. 체험에 함께한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명조끼 입고 선착장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입담 좋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는 테우를 타고 포구 한가운데로 가 떠 있는 다른 것으로 바꿔 올랐다. 난간에 걸려있는 대나무 낚싯대는 오래전 제주도민들이 고기 낚을 때 쓰던 그대로라는 말과 함께 새우나 갯지렁이 미끼를 끼워 시범을 보였다. 몇 년 전 남해 바다에서 방갈로 낚시한 걸 떠올리며 호기롭게 도전했다. 물에 드리우기 무섭게 툭툭 치는 느낌이 와 바로 들어 올렸으나 쉽지 않았다. 물고기가 미끼를 조심스럽게 뜯어 먹는 데다가 살이 연한 새우는 살짝만 당겨도 통째로 떨어졌다. 대신 청개비라는 이름의 긴 지렁이를 조금 잘라 끼워 물속에 넣고 기다렸다. 당기는 힘이 느껴져 잡아끄니 아저씨가 다시 바다에 담그고 아이를 부르라고 했다. 같이 잡는 시늉 하라는 말이다. 함께 낚싯대를 올려 제법 큰 물고기를 손에 쥐었고 첫 잡이에 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테우에 함께 오른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는 다양했다. 작은 복어와 놀래기, 베도라치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 후 한 번씩 만질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은 까슬까슬한 배를 가득 부풀린 귀여운 복어에 반했다. 너도나도 모자 쓴 제 머리에 올리느라 북새통이었다.
애월에는 곽지해수욕장이 있다. 협재처럼 비양도가 보이는 풍경이나 크기가 좀 작아 아기자기했고 노천 바닷물 목욕탕이 이채로웠다. 무릎 깊이에서 거닐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바다 수영. 야니와 예니에게 헤엄치는 방법을 알려주니 제법 잘 따라 했다. 모래성 쌓기와 첨벙첨벙 달리기에 빠져 있는데 올레길 갔던 아내들이 돌아왔다.
석양을 보며 저녁 먹으려 서둘러 음식을 차렸다. 숙소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수평선 아래로 숨기까지 한 시간 남짓, 그사이 따스한 빨간빛에 물든 하늘과 바다는 점점 짙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날씨는 선선하고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바다도 포근하다.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숨겨둔 풍경을 손님들과 나누었다.
어둠을 뒤로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반 통 잡아 해감해 둔 보말로 내일 아침에 죽을 끓이기로 했다. 굵은 소금을 넣고 껍데기를 여러 번 씻어 삶았다. 다른 것은 어려운 게 없었으나 살을 빼는 게 큰일이었다. 엄지손톱만 한 작은 조갯살을 발라내기 위해 모여 앉았다. 어른은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마음 비우기 좋았고, 아이들은 처음 하는 일에 신기해했다. 밥그릇 반이 채 될까 말까 한 양에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거다. 함께 하니 지루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