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의 늪에서 헐떡이다.

by 세르게이홍

5년 전 놈의 가출 이후 삶이 싹다 무너졌다.

내삶 뿐 아니라 아이들, 나의 부모님, 친정식구들 모두 비상체제에 돌입해서 산게 5년이다.

우리 모두 놈이 던진 핵폭탄으로 5년째 완전무장한채로 먹고자고싸고 살고있다.


평시에는 살만하다 이미 많이 적응이 되었기 때문에 무게를 견디기가 그럭저럭 이제 인이 박혔다.

문제는 어떤 일이 갑자기 툭! 하고 터졌을 때다.


나는 한 번 실패와 좌절을 크게 알았기 때문에

또한 노력으로 되는 일이 없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정의가 정의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파동이 클때가 있다.


상간소송이 최초의 소송이니 법원에 들락인건 5년이 넘었다.

그 뒤로 수없이 지리한 양육비소송이 계속 되는건

진행이 더디고 나쁜놈들을 직접 전폭지원하는 법과 사회시스템에 화가 난다.

그치만 이제 화는 나도 소송으로 슬프진 않다. (딱히 슬퍼할일이 아니고 화가 날일이기도하고)


문제는 정말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하게 생기는 일들인데

얼마전 주택담보대출 대환이 그랬다.


영혼을 끌어쓴 정도가 아니라 조상들의 넋까지 다 끌어다가 2015년 11월 지금 아파트를 샀다.

언감생심 우리 수준에 되도않는 방 4개짜리 아파트다.

계약금을 낸게 그해 여름이었으니 첫째가 태어나기 전 13.5평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내 생각에 우린 은행대출 없이 (회사사내대출정도로 카바 가능한) 20평대가 딱이었다.

놈은 무조건 큰 평수를 원했는데 그 이유는 맞벌이하는 우리를 생각해 전시모가 와서 같이 지내며 아이들을 봐주기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막달 되어가니 못봐주겠다해서 붕떴다. 이미 계약금은 다 낸 뒤라 철회할 수도 없고 울며겨자먹기로 주담대 +시터비를 몇년간 냈다 ㅠㅠ


우리엄마는 허리 무릎 수술을 여러번했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몸이 아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고..


친정엄마 다음은 친할머니니까 그리고 나는 중고등학교를 남의 집에 살며 보냈으니까 전혀 누구와 사는게 불편치 않았다. 불편했던건 놈이었다.

놈은 수능이 끝나고부터 서울에 와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지금생각하면 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작은일에도 종종거리는 전시모와 덜컥 같이 살겠다고는 했는데 지가 못살 걱정이 컸다.

그래서 특이한 구조의 지금의 집을 샀다. 나도 나중에는 크게 반대를 하지 않았다.

막판에 임신중독증이 오고 돈을 벌어야하니 막달까지도 출퇴근하느라 매일 몸이 물에젖은 솜같았다.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집을 보기 시작했으니 거의 8달을보러 다녔다.


아는 놈이 더한다고 토목을 전공한 전놈은 이집은 뭐가 이렇고 저집은 뭐가 이렇고 군소리가 많았다.

쭉 한 부동산을 이용했는데 사장님이 부동산 생활 20년만에 젊은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보는게 쉽지않은데

아무래도 많이 알아서 그런가보다 라며 에둘러 말씀하셨다.

그렇게 찾은 집이 지금 집이다.


13.5평 빌라는 1억2천500만원이었다.

그 중 4천만원은 걔가 해오고 8천500만원을 내가 했다.

(누누히 말하지만 저 4천도 1천은 거래처 사장님께 빌린거라 김영란법이 무서워 결혼후 바로갚아줬다)


지금 집은 6억2천500이었다. 당시는 집값의 80프로까지 대출이 나왔다.

주택담보대출 3억6천500만원 + 신용대출 6천500만원 + 친정에서 (아빠, 엄마, 할머니가 각 3000가량씩) 총 1억을 보태주셨다.


36500만원 주택담보대출

6500만원 신용대출

10000만원 친정

12500만원 살던 빌라 전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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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00만원으로 세금내고 복비내고 어쩌고 저쩌고 하니 남은 돈이 없었다.


이게 2015년 11월이었다.

둘이 버니 얼추절추 대출원금+이자, 그리고 신용대출이자는 갚을 수 있었다.

친정에서 보태주신 돈은..... (판사말로는 그냥 보태준거라 부채로 볼 수 없댄다)

결국 놈은 3천만원으로 6억2500만원의 집이 생긴거다.

물론 당시 신용도가 나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용도가 없던 놈이라 내 단독명의로 주담대를 했고, 그러니 집도 당연히 내명의였다. 둘다 이 점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게 결국 전시모의 욕심과 화를 불렀다.


조리원서 나와 집에 오고 얼마안되니 ㅋㅋ 바로 아파트 담보로 4천 땡겨달라하더라.

그러면서 자기아들 명의가 아닌것을 알게되고 이간질은 바로 시작되었다.


전 여친이 치과의사였는데 얼마전 임플란트를 하러가니 아들 안부를 묻더라고.. (네? ㅋㅋㅋ)

내 아들은 이 결혼을 후회한다는 둥 (응?? ㅋㅋ) ---> 이 발언은 2016년 1월 큰 파장을 불러 개싸움이 나기도했다. 그런 일기장에나 쳐 써야할 일들을 1박2일 와있으며 실컷 하고 갔다.


여튼 그랬는데 2020년 5월 놈의 가출 직전 온 나라가 들썩였다. 2프로대로 주담대가 가능했기때문이다.

이 소식을 듣고 놈도 대환을 하자 했다. 그리고 2020.5.11. 대환했다.


그러고 19일밤 ~20 일 사이 가출해버렸기때문에..

난 소송 5년간 매달 130만원에 이르는 원금+이자를 홀로 냈다.

마지막 2심 재산분할 다루는 시점까지도 난 매달 130만원의 이자를 3.5년간 내고 있었지만

홀로 내던 이자에 대한 부분은 판사는 반영하지 않았다.

3.5년 전 가출하자마자 8억에 집을 팔아버렸어야하는데, 애써 끌어안고 이자내고 있다가 10억7500이 되어 오히려 재산분할 금액만 늘었다. 이 부분에 대해 감안해 달라했지만 안해주더라 ㅋㅋㅋ 난 2억 7500을 불려, 1억3750만원의 재산분할만 놈에게 더 준 꼴이다.


하긴 뭐 판결문에 결혼 전부터 유지했던 보험과 연금은 비례계산해서 반영해준다고 줄글로 써있고,

막상 뒤에 계산식엔 다 빠져있었으니 뭔들 제대로 심리했을지 아직도 의문이다.

+ 양육비 개시일 조차 잘못 써서 나중에 경정 했다. 이게 대한민국의 판결이다.

남,여, 아이들의 남은 삶을 결정 짓는데 복붙도 모자라 엑셀도 제대로 뚜들리지 않나보다.


그렇게 힘들면 집을 처분하라 하지만 그게 내맘대로 되나.

지금 남은 대출들 청산 + 재산분할하느라 빚진거 === 도합 7억이다.

집 팔아 7억 갚고나면 전세로 가려면 또 대출을 해야한다.

물론 집이 안팔린다. 오래전부터 내놨지만 집이 절대 안팔린다.

우리 아랫집도 비어있는지 1년이 넘었다. 아무도 안온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

동네를 바꾸면 된다. 멀리 수도권으로 나가면된다. 하지만 이미 놈의 부재로 인생이 뒤바뀐 아이들이

환경까지 바꿔서 혼란하게 만드느니 아껴쓰고 있다. 빌려쓰고 있다. 도움받고 쓰고있다.

어차피 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만 전세를 갈 수 있느니, 걍 집이라도 남기자 싶어 유지하고 있다.


2025. 3월

5년 변동금리기간이 5월에 끝날거란 은행의 통지가 왔다.

우대금리 앗쌀히 챙기면 2.4프로 --> 못챙기고 띄엄띄엄한 달은 2.6프로였다

변동금리는 4.4프로....

당장 월 130만원 내던게 160만원이 되었다. 몇달간 30만원이야 버텨보면 되겠지만 6개월뒤 더 오른다면??

눈앞이 캄캄했다.


대환을 알아보기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지금 주담대 하는 은행에서 카톡 홍보가 왔다.

ㅇㅇ은행 고객님! ㅇㅇ은행 당행대환대출로 주담대 매달 부담금을 줄여요!


이미 신용등급최상으로 대출땡긴터라 금리인하권도 거절되었다. 갈아타는 방법이 살길이었다.

사유가 : 기 적용 금리 신용등급 최상으로 더이상 금리인하가 안된다 였다.

유지하는게 더 힘든데 말이다 ㅎㅎ


K뱅크 4주 매일 도전했다. 서버타임까지 켜고 난리를 지겨도 안된다

카카오뱅크 2주 도전했다. 실패 + 여긴 한도가 남은 대출만큼 나오지않았다.

그런 와중 지금 은행의 메세지는 개꿀인데!?!? 였다


바로 신청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10일만에 최종승인되었다.

이래저래 비대면이라 상담사와 잦은 통화가 있어 정도 많이 들고

마지막 통화애서 "조금 있다 최종인증 메세지가 가면, 인증서 비번 누르시고 실행하심 됩니다."

서로 고생했다 감사했다 훈훈히 인사를 하고 끝났다.


당시 나는 출장중이라 낮에 오후에 저녁에 너무 바빴다.

이런 일생일대의 일을 회의장에서 이동하며 고기 썰며 부페 뜨며 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일정이 끝나길 기다리고 방에들어와서 씻으니 너무 피곤했다. 이때가 밤 11시.

잠깐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눈뜨니 3시.


오 너무 좋아 딱 좋은 시간 조용한 시간.

아직 21시간이나 연장기간이 남았지만 있다가 공항가고 비행기타고 어쩌고저쩌고 바쁘겠지?

지금해야지~ 하고 3시20분 메세지 클릭. 그리고 3분만에 지옥이 열렸다.


<대출신청이 취소되었습니다>


정말 소름이 돋고 등에 땀이 난단게 이런 말이구나 몸소 느꼈다.

귀신에 홀린것 같았다. 내가?? 내가 이걸 왜 취소해..

평소라면 좌절에 실패에 인이박힌 내가 내일 전화해서 얘기하고 링크보내달라하지 했을텐데

5월 23일 새벽 3시 23분에 딱 드는 생각은 그거였다.


"SHIT! I have a bad bad bad feeling about this."



20250528_102047.png



인증하기를 누르자 쌩뚱 팝업이 떴다.

<만료된 인증서입니다>

하하하 그럴리가... 10일간 인증서를 링크타구 들어가 5번은 눌렀는데

게다가 만료일은 울엄마 생신날이라규! 아직 석달이나 남았어.


팝업 닫기도, 엑스표시도, 오늘하루 보지않기도, 취소하기도 없었다.


그럼 모다?

뒤로가기지!


뒤로가기를 눌렀더니 비밀번호 6자리를 넣는 칸이 띡 나왔다. 그어떤 메세지도 없이

헤헷 그럼 그렇지 하고 번개같이 6자리를 누르고 나니 나온 메세지가


<대출신청이 취소되었습니다>



OTL ...

다행히 은행이 새벽3시25분에 전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걸었다. 남자분이 받았다. 내 생각대로 원복은 불가하다했다.

shit shit shit...... 9시에 다시 대출센터로 걸라고 하셨다. OK


일단 다음날이 금요일이고, 비행기가 12시니까 9시에 다시 콜센터에 전화하고

비행기타고 내리고 어쩌고저쩌고 한 2시간 잡고 2시에 다시 또 전화하고 등등 온갖생각을 다하고

세상의 모든운이 내게 오길 바라며 9시에 그동안 쭉 상담해왔던 분과 통화를 했다.


다시 신청 처음부터 하는 방법 뿐이랬다. 근데 5월 18일부터 일일 신청한도가 생겨서 선착순 인원이 차면

그날 할 수 없댔다. 150명 한정인데 그마저도 박터진다고 빠르게 신청 다시 해보시라했다...

어떻게 하냐고 너무 안타깝다고... 그치만 아직 7월 DSR 3단계 시간이 남았으니 해보자고 하셨다.


상담사님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나서 호텔방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내가 이혼 (당)한것, 주담대 한번도 안밀리고 내느라 애썼던것... 아이들 친권 단독으로 받게된것.

이래저래 전화통화하며 잠시 기다리는 텀도 있고 해서 많은 얘길 했었는데 정말 눈물이 눈물이...

안쓰러워하시며 전화를 끊지를 못하셨다. 나는 나대로 전화를 못 끊었다.

왠지 호텔방에서 뛰내릴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찾아보니 13일에 신청한 나는 정말 행운이었던거다.

저녁 6시반에 신청했는데도 잘 신청이 되다니 다들 오픈런을 하고 난리가 났다는것이다!!!


그렇게 호텔에서 울고 난리를 치다 공항으로 갔다.



(너무 기네. 다음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해야겠어요...)



+ 아직 브런치의 키워드 시스템을 다 이해하진 못했는데

오늘의 키워드 가출 대출 .. 착착 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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