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onball tree, Couroupita guianensis
(5월5일 어린이날 기념 나무 이야기)
작년 9월 중순 어느날 저녁 베트남에 살고있는 어린 조카 시영이가 카카오톡으로 신기한 나무 사진 한장을 보여주면서, “이 나무는 무슨 나무예요? 오늘 아침에 본건데.. 베트남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름을 몰라서요.”라고 물어왔다. 아마도 고모부가 『옛글의 나무를 찾아서』를 출간했다는 말을 듣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만난 나무 이름을 물어온 것이리라. 어린 조카가 물었으니 나무 이름을 꼭 알아내야 하겠는데, 아마추어 식물애호가가 베트남의 나무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사진으로 보아 정확하진 않지만 비교할 수 있는 관목 생울타리도 보여서, 잎 큰 교목임을 알 수 있었다. 나팔 모양의 빨강색 꽃이 피어 있었고 주황색 공 같은 열매들이 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언뜻 보아 꽃과 열매는 덩굴로 보이는 줄기에 부착되어 있어서, 잎이 큰 교목과 같은 개체인지, 별도의 덩굴성 식물인지를 사진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웠다. 아쉽지만 “나도 잘 모르겠네. 신기하다~~ 시영아 베트남 현지인에게 물어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 조카가 호기심에 가득차서 던진 질문을 출간 작가가 모른다고만 대답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여 온갖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자책 참고자료로 가지고 있던 『500 Popular Tropical Plants』*의 수목편에서 조카가 보낸 사진의 공 모양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사진을 발견했다. 그 순간 얼마나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이 책에는 학명(Couroupita guianensis)과 영어 이름(Cannonball tree)가 적혀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꽃 모양과 잎 모양을 더 살펴본 후, 조카가 물었던 나무가 바로 이 나무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질문을 받은 지 한시간이 지나서, “시영아, 영어로 Cannonball tree라고 하는 것 같아요. 구글로 검색해 보렴. 우리말로는 대포알나무, 이름도 재미있네!”라는 답변을 보낼 수 있었다. 조카는 곧바로 “우와 감사합니다!!!!”라고 느낌표가 네 개나 달린 경탄의 답변을 보내왔다. 나무 관련 책을 출간한 작가로서의 자존심 보다도 이국에서 자라는 조카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그 후 Cannonball tree가 내 기억에서 희미해져 갈 무렵인 올해 3월 다낭 여행에서 우연히 Cannonball tree를 만났다. 신기하기만 한 열대지방의 식물을 열심히 사진으로 담으며 시내를 걷다가, APEC 공원 건너편 어떤 사원 입구 인도에서 바로 그 대포알 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를 만났던 것이다. 조카가 보냈던 사진으로 보았던 그 신기한 나무를 우연히 코앞에서 마주치다니!!!! (이 기쁨도 느낌표 네개 정도는 달아줘야 한다:-). 전자책 파일로 보관하고 있는 『500 Popular Tropical Plants』의 Cannonball tree 설명 부분을 자세히 읽어본다.
“Couroupita guianensis, 캐논볼 트리(대포알나무): 이 종은 곧게 자라는 상록수로, 최대 30미터(100피트)까지 자랄 수 있지만 보통 9~12미터(30~40피트) 정도로 성장한다. 늘어진 꽃가지가 나무 줄기에서 바로 나와서 땅에 닿을 정도가 되며, 연중 내내 지름 8cm(3인치) 크기의 선명한 빨간색과 주황색의 향기로운 꽃이 핀다. 이 꽃은 수백 개의 수술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꽃의 중심에, 다른 하나는 아래쪽 꽃잎에 배치되어 있다. 꽃도 화려하지만,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열매이다. 열매는 최대 25cm(10인치) 크기의 갈색 구형으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부드러운 붉은 과육이 들어 있으며, 한 그루에서 수백 개의 열매가 맺힐 수 있다. 이 열매는 작은 대포알처럼 생겼으며, 나무에서 떨어질 때 폭발하듯 터진다.”**
대포알나무는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아시아에 도입된 지는 300여년 되었고, 열매는 식용가능하지만 냄새 때문에 많이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베트남 조카가 대포알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질 때 대포처럼 터지는 모습을 보았는지 궁금하다. 위 설명에서는 상록수라고 했지만, Wikipedia와 『The World Encyclopedia of Trees』***에서는 낙엽수라고 했다. 무엇이 맞는 지 베트남 조카에게 물어봐야겠다. 잘 모른다면, 대포알나무를 잘 관찰해서 이 나무가 상록수인지 낙엽수인지 가르쳐달라고 해야지!
<끝>
*Random House Austrialia, 500 Popular Tropical Plants, Periplus, Published in Asia in 1999 by Periplus Editions (HK) Ltd. p.137
** Couroupita guianensis. Cannonball tree : This species is an upright, evergreen tree capbale of growing to 100 ft (30 m) high, though 30-40 ft (9-12 m) is a more usual size. Pendulous flowering branches emerge directly from the trunk, right down to the ground, and all year produce 3 in (8 cm) diameter, brilliant red and orange fragrant flowers with hundreds of stamens arranged in 2 groups, one in the flower’s center and the other on a lower petal. Showy as the flowers are, the fruit are the main feature – they are brown spheres up to 10 in (25 cm) across filled with a smelly, soft red pulp, and one tree may bear hundreds of them. They look like small cannonballs and burst explosively on falling from the tree. (상게서. pp.137-138)*** Tony Russell & Catherine Cutler, The World Encyclopedia of Trees, ARMADILLO, 2012. p.194.
%(2025.5.11) 이 나무에 대해 페북에 식물전문가이신 이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은 좋은 의견을 주셔서 기록해둔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지역에서는 건기에 낙엽지지만 뚜렷하지 않다면 상록성을 보이기도 하는 반상록수입니다. 특이하게 인도와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에서 이 나무를 불경의 사라수로 착각하는 경우가 꽤 흔하더군요. 동북아시아에서 보리자나무를 보리수로 여기고, 중국에서는 중국칠엽수를, 일본에서는 노각나무를 각각 사라수라 여긴 것은 기후가 달라 실제 해당 식물들을 재배할 수 없다보니 나타난 혼동으로 이해가 가지만, 재배할 수 있는 기후임에도 저런 착각이 나타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도 포탄나무와 시계꽃류를 각각 시바신과 크리슈나를 상징하는 식물로 여기며 사원에서 재배하기도 하는데, 신대륙산임을 부정하고 태고적부터 인도에 존재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식 역시 어떻게 발생한 것일런지 참 궁금해집니다.". 또한 베트남 친구인 Yen씨가, "So surprised as I did not know this tree. However, after checking google, I understood that we called "Sala tree", it is more common name to me."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아마 이 나무가 베트남에서 사라수로 이해되고 있나보다.
+표지사진 - Cannonball tree (2025.3.6 Dan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