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당황스럽게 한 하이난 망고
샨샨과 처음 같이 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샨샨과 함께 살았던 한국인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내가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는데 짐을 정리하면서 냉장고를 열었을 때 충격이란...
크지도 않은 냉장고 안이 오래된 음식들로 꽉 차 있어 내 식량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보통 룸메이트와 함께 사용하는 냉장고는 서로의 편의를 위해 칸을 정해 놓고 사용하곤 한다.
그것도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냉장고를 사서 각자 사용하는 집도 있다.
중국인과 오래 생활한 한국인 언니는 아마 그들의 습관을 포기하고 건드리지 않은 듯하다.
난 우선 며칠을 기다려봤다. 냉장고 안에 정체를 모르는 썩은 것들은 그대로인데 샨샨이 친구가 맛있는 하이난 망고를 줬다며 정말 맛있다고 나중에 먹으라고 망고 한 개를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신선한 과일이 하나 들어간 변화가 생긴김에 난 냉장고 청소를 했다. 대부분 오래된 썩은 음식들이었기 때문에 버리고 확실하지 않은 것들은 남겨두었다. 아주 깨끗해져서 음식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샨샨도 좋아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청소를 마치고 손님이 왔을 때 난 실수를 했다. 샨샨이 넣어둔 망고를 먹은 것이다. 실수라는 생각이 든 건 저녁에 샨샨이 돌아와 냉장고를 확인후이다. 샨샨은 깨끗해진 냉장고의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비싼 하이난 망고 하나가 사라진 사실에 대해 화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나보고 먹으라 하지 않았어? 넌 먹었다며... 손님이 와서 먹었어."
"내가 같이 먹자 했지 언제 너랑 손님이 먹으래?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역시 소통의 문제였다. 망고가 여러 개도 아니고 한 개여서 난 당연히 나 혼자 먹어도 되는 줄 알았다.
일단 미안하다고 하고 난 밖으로 나가 과일 가게를 찾았다. 큰 망고를 발견하면 이거 하이난 망고냐고 물어봤고 하이난은 아니라고 하면 다른 가게를 찾았다. 하이난은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중국 최남단의 섬이다.
남쪽이니 과일이 달고 맛있고 그중에서도 유명한 과일이 망고이다. 그래서 베이징에선 비싸고 유명한 하이난 망고... 사실 다른 망고 맛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난 열심히 하이난 망고를 찾았다. 드디어 어느 과일집 사장님이 하이난 망고라고 하는 순간 바로 몇 개를 샀다. 진짜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샀다. 그리고 샨샨에게 주며 "이거 하이난 망고야 샨샨 미안해 얼른 먹어"
하지만 그녀는 화가 풀리지 않은 듯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냥 방에 들어가 버렸다.
열심히 냉장고 청소를 하고 망고 하나를 먹은 이 불편한 결과란...
어떤 친구는 룸메이트의 한 개 남은 계란을 먹고 언성을 사서 한판을 사다 줬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룸메이트의 맛있는 짜파게티 한 개를 먹고 언성을 사서 한 포장을 사다 줬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가족도, 부부도 아닌 룸메이트 생활의 현실이었고 샨샨과 나는 그렇게 룸메이트 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