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우리 집에 머물렀던 우크라이나 친구 지아지아는 같은 학교 한국인 남학생을 좋아했다. 그래서 집에 오면 항상 나에게 한국남자의 특징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너무나 적극적이고 활발한 지아지아와는 달리 그 한국 남학생은 수줍음이 많은지 별 반응이 없어서 한국 남자들이 원래 그런 건지 자신이 뭘 잘못한 건지 물어보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보통 예쁜 여자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표현할 때 남자들은 좋아하겠지만 그렇게 별 반응이 없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서일 수도, 아니면 너무 먼 유럽사람이라 아예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일수도 있다고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런데 베이징을 떠나기 며칠 전 갑자기 그녀가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그에게 곧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나에게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거냐고 그래도 친구인데 아쉬움이라도 표현해야지 한국 남자 정말 이상하다고 하며 서럽게 울었다. 남학생 한 명이 한국 남자 전체 이미지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하며 난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휴대폰으로 찍은 그 남학생의 사진도 봤는데 취향 참 독특하다. 하나도 잘생기지 않은, 사진상으로는 어떤 매력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물론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남자애가 왜 좋냐고 물어보니 친절하다고 했다. 러시아와 접경한 유럽 사람들이 대체로 표정이 없고 무뚝뚝한 느낌이 많아서 그의 친절이 따뜻하게 느껴진 걸까. 역시 남자든 여자든 사람들은 친절이라는 매력에 쉽게 끌리는 듯하다. 친절은 분명 아름다운 특성인데 상대가 이성일 때는 조금 달라진다. 상처를 줄수도 있는, 장미꽃과 같은 특성이라고나 할까? 친절한 말과 행동이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다가갔다가 '착각'이라는 가시에 찔려 상처를 남기는... 좋은 의도로 나타낸 친절이 누군가에겐 (룸메이트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 상처로 남게 되는 걸 많이 봤다. 감성이 너무나 풍부한 전형적인 유럽 아가씨 지아지아는 그렇게 눈물 흘리며 짐을 싸고 난 공항까지 그녀를 배웅했다. 그게 마지막이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다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터졌을 때 지금은 사라진 무료영상통화 소프트웨어 스카이프로 즉시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지아지아와 함께 했던 시간은 단지 두 달이었지만 지금도 너무나 궁금하고 보고 싶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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