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다르게
세상이 유난히
매섭게 몰아치는 날이 있다.
한없이 작아지고
움츠러드는 나를
나는 말없이 끌어안는다.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 입은 나를
나만의 작은 피난처로 데려간다.
문을 닫고
소음을 뒤로 밀어내면
비로서 들리는 것들,
나의 숨,
떨어지는 햇살,
숨죽여 울고 있는 마음.
그곳에서는
잘해야 할 이유도
버터야 할 의무도
잠시 내려놓는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울어도 괜찮고
주저앉아도 괜찮은 곳에서
나는 나를 숨기지 않고 마주한다.
잠시 머물다 나오면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의 방향이
조금은 느슨해져 있음을 안다.
슬픔의 씨앗은
내가 슬픔이라 부를 때 깨어나고,
행복의 씨앗은
내가 행복이라 부를 때 숨 쉰다.
피난처는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쉬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조용히 길어 올리는
나의 숨 쉴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