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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섹남

요리 잘하는 남자가 대세

by 이국영

우리집에는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세명의 남자가 있어요
요리하는 스타일도 다 제각각인데

​첫 번째 남의집 아들은 2주에 한번 집에 와
자기 기분이 좋을 때만 요리를 해요
그리곤 배가 부르고 불러도 계속 먹어야 해요
그래서 가끔은 피곤해요

두 번째 아들은 요즘 여자친구가 생겨
엄마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늦은 저녁 집으로 와 주방에서

뚝딱뚝딱 음식을 해 먹어요
곁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엄마를 보면
한 입 먹어보라 선심을 쓰죠
엄마도 먹을래 하고 음식을 만들기 전

물어보기도 하는데
빈정이 상해 됐다 하고 외쳐야 하는데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하죠

​세 번째 아들은 친구들하고 노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살뜰히 챙기는 다정 아이예요
아직까진 엄마바리기라 믿고 싶어요
늘 엄마를 기다리고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어지면
언제 오냐 전화를 하곤 해요
오늘도 전화를 해 몇 시에 집에 오냐 묻더군요
그리곤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줄 테니

빨리 집에 오라고 하네요

먼저 집에 와 있는 세 번째 아이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엄마하고 달려와 안겨요
어느새 엄마인 나보다 키도 훌쩍 덩치도 훌쩍 커버려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안아줄 수 있어요

주방에서 뚝딱뚝딱 음식을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쩜 그리 멋있는지 모르겠어요
미래의 신부가 누가 될지 그 여자는 참 복 받았다 싶었죠

아들이 차려준 오늘의 음식은
손수 만든 탕수육과 감자전이었어요
맛이 어떴냐 묻는 아이에게
정말 대박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 주었더니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많이 먹으라 하네요

주방은 폭탄을 맞았지만
아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에
오늘의 고단함이 싹 달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삶이 별건가요
이런 게 행복인 거죠

우리집에는 세명의 요섹남이 살아요
언제 우리집에 한번 놀러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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