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오늘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다
제법 가을 냄새가 묻어나는 차가운 밤공기가 상쾌하다. 학원 근처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입시 준비로 예민해진 아이에게 오늘은 어떤 말을 해줘야 위로가 될까.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마땅한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늘 한결 같은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안쓰럽다. 멀리서 땀에 흠뻑 젖은 아이가 엄마를 향해 걸어온다. “엄마~”하고 웃으며 차에 오르는 아이에게서 땀 냄새가 풀풀 났다. 손을 잡으며 “우리 아들, 오늘도 고생했네.”라고 말하자, 아이는 “엄마도 고생했어요.”라며 내 손을 토닥였다. 그 손길이 너무 따뜻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엄마 있잖아. 오늘 기록 깼어. 이대로 하면 만점 받을 것 같아.”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의 표정은 분명 오늘이 기분 좋은 날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 그래?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 “그럼 그럼, 걱정하지마.” 재잘거리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기분도 좋은데, 노래방 데이트 어때?”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좋지, 가자!”라며 선뜻 오케이를 했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차를 몰아 집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
출근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혼자 연습하곤 했는데, 드디어 실력 발휘를 할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이는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기분 좋은 콧소리까지 냈다. 은근히 노래 취향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엄마의 작은 노력이 쌓인 결과였다. 괜히 들킬까 싶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다리까지 까딱까딱 흔들어 보았다.
작은 아이와는 종종 노래방 데이트를 하지만, 입시생인 큰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드물다. 그래서 오늘은 내게 더 특별한 행복이었다. 노래방을 나온 뒤 커피숍에 들러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도 이어갔다.
“엄마, 또 노래방 가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내가 같이 가 줄게.” 아이의 말에 마음이 벅차 올랐다. 오늘의 짧은 시간이 아이 마음속에 행복으로 자리했다는 생각이 들자 눈가가 뜨거워졌다.
긴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 오늘의 이 짧은 기억이 언젠가 힘들고 외로울 때, 아이에게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