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Now?

그래서, 전 무슨 일을 하면 되죠?

by 스타트업 기미상궁

"마케팅이 이제 필요해질 것 같은데, 한번 와서 일해볼래?"


잠깐 몸 담았던 회사에서 나를 좋게 봐줬던 분의 소개로 IOT 피트니스 스타트업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기 위해 방문한 그 스타트업의 주차장에는 페라리가 서 있었고, 벤틀리가 서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연예인, 부호들이 주거하고 있다는- 서울 최대 규모 공원 바로 앞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가층에 그 스타트업은 위치해 있었다.


회사에 들어서자 마자 "여기가 스타트업이오!" 느낌의 아우라가 강하게 풍긴다.

네모 반듯한 건물에서 네모 반듯한 책상들만 봐오다가, 입구에서부터 곡선으로 처리되어 들어가는 내부 구조부터가 인상깊었다. 우측에 들어서자마자 등장하는 큰 회의실이 있었고, 그 뒤로 주욱 뻗어있는 직원들의 사물함, 좌측에 위치한 프론트 느낌의 경영지원팀의 자리, 그리고 좀 더 좌측 안쪽에 위치한 회의실들과 대표실, 부사장실들을 지나면 50평은 되보이는 큰 공간 -사무실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공간 자체가 미려했다.- 이 보였다. 그 공간 곳곳에 위치해 있는 식물들과 크게 놓여져있던 통원목 테이블까지... IOT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디자인 회사였던 이유겠지만, 거무튀튀한 검정 노트북이나 PC가 아니라 MAC Pro에 Apple Cinema Display로 세팅되어있는 책상 위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분들의 모습도 멋져 보였다.


면접을 보기도 전에 이런 회사에 일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이라는 감격에 찬 기대감이 솟았다.


회사 구경부터 하고 이어진 면접, 면접이라고는 하지만, 업무 역량을 평가한다던가, 어떤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대표님과 부사장이 들어오셔서 이 회사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고, 앞으로 해줘야 될 역할에 대해 브리핑하는 정도로 면접은 끝났다. 아마 날 소개해준 분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했다.


입사 일자는 빠르게 정해졌고, 1주 뒤부터 바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리에 말끔하게 세팅되어있던 맥북 프로와 Apple Cinema Display..

정말. 일할맛 나는 곳이 스타트업이구나. 기대와 뿌듯함이 가득 차오른 내 스타트업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1주일 뒤 입사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마음이 편했다. 왠지 합격할 것 같았다.

나의 이력서는 탄탄 -국내 1, 2위를 다투는 홍보대행사에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올린 많은 포트폴리오- 했고, 나의 후견인 -추천해주신 이사님- 은 믿음직했으니까.

확정된 연봉과 복지 내용에 대해 전화로 전달 받았고, 뿌듯한 마음에 출근을 준비했다


그리고 입사 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출근했다.

집에서 근무하는 빌딩이 집에서 보일 정도의 거리였지만, 걸어가긴 묘하게 먼 거리였다.

다행히 회사의 복지 정책으로 전 직원에게 건물 내에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첫날부터 회사의 복지를 누려가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갈 때에 경례를 해주시는 주차관리원이 있었는데, 처음 주차장으로 들어갈 때의 뿌듯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다.


'미래가 창창하고 멋드러지는 스타트업의 멋진 마케팅 전문가가 바로 나야!'


출근시간보다 약 20분 전, 여유롭게 회사를 들어서자, 프론트에 앉아계시던 경영 지원 팀장님께서 나를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넓고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에 곱게 놓여있는 Apple Cinema Display(디자이너도 아닌 저에게 이런 호사를..), 그리고 그 앞에 각 맞춰 놓여있는 애플 맥북 프로.

실리콘 밸리의 어떤 누군가도 이런 장비들로 일하고 있을까?


뭔가 일도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이 가득할 것 같다.


기대감에 가득차있던 그 때, 타운홀 미팅이 시작됐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나를 짧게 소개한 뒤, 디자이너 분들, 개발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다들 서서 미팅하는 문화에서부터, 다들 박수쳐주고 환영해주는 훈훈한 분위기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제 곧 스타트업답게 다들 열의를 다해서 회의하고, 서로 으쌰으쌰하며 멋진 아이디어들을 나누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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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이사님이 출근하시고, 짧게 부탁할 것들을 말씀해주셨지만.. 간단한 자료 조사 정도였고.. 이제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정말 무얼 해야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전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누가... 저 뭐하면 되는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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