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에서 자기 회복으로
친구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어느 날,
“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고, 지칠 때 한 번씩 다녔어.”
그렇게 말하자, 친구가 툭 내뱉었다.
“현실 도피네.”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더 궁금해졌다.
나는 왜 여행을 좋아했을까?
지금까지의 여행들을 천천히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여행이란 일이나 유람, 휴식 등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타 국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
— 나무위키
맞다. 여행은 각자의 이유로 떠난다.
누군가는 쉬기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풍경을 보고 위해,
누군가는 도망치기 위해.
나는 진짜, 왜 좋았던 걸까?
비행기를 오래 타야 하고,
낯선 곳엔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화려한 호텔 대신 유스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자고,
피곤한 다리로 도시를 헤매야 했던 그 여행이
왜 그렇게 좋았던 걸까?
처음 배낭여행으로 유럽에 간 어느 날,
여기저기 걸어 다녀 다리가 아파
센강 어딘가에 앉아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내가 있는 곳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 순간,
답답했던 마음이 처음으로 뚫리는 기분이었다.
자유로움 비슷한 어떤 것을 느꼈다.
직장에선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자존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미래가 기대되지도 않았다.
그런 무기력 속에서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영어 하나도 못해도 다 어떻게든 되든데?”
“진짜로, 손짓 발짓이면 다 통해.
“생각보다 별거 없어. 그냥 가면 너무 좋아”
정말.. 나도 갈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때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시작은 친구 말대로 '현실 도피'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성격상 엄청난 선택이고 모험이었다
혼자 국내여행도 못 해본 사람인데
어찌 보면 무모했을지 모르지만
그때의 나.. 너무 칭찬해 주고 싶다.
여행은 정말…
책 한 권 달랑 들고 간 나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가능했다.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이국적이면서 낯선 예쁜 도시들 사이에서
내 힘들었던 기억들은 서서히
다른 추억들로 덮여 가고 있었다.
어느새 비워진 마음엔
조금씩 새로운 여유가 스며들었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그 여행을 통해
낯선 풍경과 언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가 힘들게 붙들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게 됐다.
그 이후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다시 돌아가 채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여행의 의미와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얻는 게 있다.
혹시,
지금의 현실이 너무 무겁고 고단하다면
낯선 곳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여행은
비움과 채움의 순환 시스템 같은 것.
삶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마음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영양분을 흡수하며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건 여행에서 돌아와
내 침대에 누울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익숙한 냄새와 이불 ~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