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궤도다
문득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했던 어느 날이었다.
창밖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처럼,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도 어떤 거리들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어떤 행성은 서로 중력의 끌림으로 궤도를 공유하고,
어떤 행성은 긴 타원 궤도를 따라 아주 느리게 한 번 스쳐가기도 한다.
나라는 행성은, 어쩌면 그런 주기가 길고 멀리 떨어진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행성들은 질량, 밀도, 자기장, 속도 같은 특성에 따라 각자의 궤도와 속도를 지닌다.
겉으로 보기엔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십만, 수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가까워 보이지만 결코 닿지 않는 거리.
나도 그런 하나의 행성일 테고, 그래서 이 외로움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런 거리 속을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인연이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져 쓸쓸해질 때면, 종종 이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시가 있었다.
16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인간은 섬이 아니다’.
그 제목 하나만 보고도,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인간은 정말 섬일 수도 있겠다고.
세상엔 다양한 섬이 있다.
서로 다리로 연결되어 왕래가 잦은 섬, 사람들로 북적이는 섬,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의 섬,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섬.
그 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하며,
바람과 파도에 깎이고 다시 다듬어지며, 자기만의 풍경을 만들어간다.
만약 내가 섬이라면, 나는 어떤 섬일까.
사람들이 자주 찾지는 않지만, 한 번 들른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섬.
외롭지만 조용한 평화를 지닌 섬.
혹은 다리가 끊긴 채 잊혔지만,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섬.
그러나 그런 섬조차도 결국 바다와 맞닿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와 끌림 속에서 서로를 공전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