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날에
결혼을 하면서 결혼 전 친구들과는 점점 뜸해지고
일상을 나누기보다는 몇 년에 한 번, 경조사에서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동네 이야기, 유치원·학원·초등학교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알게 된 동네 엄마들.
거의 매일 마주치고 보며 종종 술 한 잔 기울이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그렇게 친구처럼 몇 년을 함께했다.
그러다 3년 전쯤, 나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
친구를 사귀어보려고 운동시설이나 종교 모임에도 가보려 했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족이 있고, 혼자도 집에서 잘 지낸다.
알바도 나가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런데…
가끔 너무 조용한 휴대폰이 이상하게 크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카톡 알림은 조용하고, 전화는 광고뿐.
그때 문득,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런 마음에 주변 몇몇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
"잘 지내는지 했어~ 별일 없지?"
"응, 그렇지 뭐~"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고 나면, 더 허전해진다.
아…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었던 사람들과도 이제는 일상이 공유되지 않으니 설명이 길어지고, 공감도 되지 않는다.
예전과 같지 않은 사이가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나만 연락하는 관계 같기도 하고, 혼자 애쓰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사실 그 전화는 내 외로움에서 비롯된 거다.
그들이 나를 찾지 않는 건, 내가 없어도 괜찮기 때문이겠지.
서운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인연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다운될 때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지나온 인연들에 감사하자고.
고등학생 시절, 매일같이 매점에 가고
학교 쉬는 시간마다 수다 떨던 친구들.
대학교 때는 하루 종일 이어지던 문자와 새벽 통화.
직장에서는 서로의 연애 이야기, 상사 욕, 하소연으로 하루를 버티게 해 주던 동료들.
육아하면서는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던 동네 친구들.
그 길목마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 나는 즐거웠고 덜 외롭게 그 기간을 지날 수 있었다.
고마운 길동무들이었다.
지금은 그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어, 함께 걷지 못하지만
붙잡는다고 계속 같이 가는 건 아니지.
억지로 이어 붙이지 말자.
놓아야 다시 오는 것도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은 혼자 걸어야 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나와 내 가족에게 더 집중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
언젠가 이 길목 어딘가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도 이 시기를 지나며, 조금은 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