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5월 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기분 좋은 완벽한 어느 날. 호숫가 산책로에 핀 핑크색 하이브리드 티로즈 한 송이가 유난히 즐겁게 웃고 있다.
(티로즈는 일반 장미보다 꽃송이가 3~4배 크고 탐스럽다. 향도 진하고, 한 줄기에 한 송이씩 피는 것이 특징이다.)
그 주위는 하얀색, 빨간색, 핑크색 로즈가든으로 꾸며져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환하게 웃고 있는 핑크색 장미 한 송이. 나는 그 장미를 **‘스마일로즈’**라 부르기로 했다.
스마일로즈는 오늘 너무 즐겁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나를 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가지를 자연스럽게 흔들어 준다. 덕분에 탐스러운 내가 한껏 청순하고 가련하게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기분.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가만히 있는 꽃들보다 흔들리는 꽃에 더 눈길이 가는 법이니까.
흐뭇하다.
한때는 아래에서 다섯 번째 두꺼운 줄기에서 핀 꽃이 더 안전해 보여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살랑살랑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가 제일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하하하.
"내가 최고야!"
그때, 두 번째 줄기 장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스마일로즈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 아니, 내 친한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툭 치고 가는 바람에 줄기째 꺾여버렸어.”
스마일로즈는 속으로 생각했다.
‘와, 그런 사람들이 있네… 짜증 나. 속상하겠다…’
“거기다 오늘 내 꽃잎 한 장이 떨어졌어. 너무 속상해.”
두 번째 줄기 장미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한 장, 또 한 장 떨어지다 보면 금세 지고 말 것 같아.”
스마일로즈는 다정하게 말했다.
“아직 꽃잎이 풍성해서 예뻐. 그렇게 쉽게 지지는 않을 거야.”
그때 빨간 장미가 끼어들었다.
“난 핑크보다 흰 장미가 더 예쁜 것 같아. 깨끗하고 눈처럼 하얘서 우아해 보여.”
“그런가?”
스마일로즈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내 꽃잎도 며칠 새 몇 장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말, 흰 장미가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스마일로즈의 마음속에 두근두근, 걱정과 불안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살랑거리던 바람이 더 이상 좋지 않았다.
꽃잎이 떨어질 것 같고, 흔들리다 줄기마저 꺾일 것만 같았다.
아무 걱정 없던 그날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차라리 저기, 흰 장미가 핀 자리가 나았을까?’
‘난 왜 여기서 피어난 걸까… 운도 없지…’
흰 장미들은 꽃잎도 덜 지고, 햇볕도 넉넉하게 받고, 영양분도 더 잘 흡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빨간 장미들은 좀 더 안쪽에 있어 사람 손길도 덜 닿고,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스마일로즈는 꽃잎이 세 장 남은 세잎 장미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잎으로 태어날 걸 그랬어. 더 푸르고 오래 살고… 우리 꽃들보다 좋은 것 같지 않아?”
그 장미가 말했다.
“꽃으로든 잎으로든, 우리가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있어.”
“뭔데?”
스마일로즈는 궁금했다.
“지금의 나를,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아무리 걱정해도 꽃잎은 결국 떨어지게 돼.
때가 되면 모두 져버릴 테니까.
네가 부러워하는 저 흰 장미도, 저 빨간 장미들도 결국은 마찬가지야.
지금 생각해 보면, 너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며 즐기지 못한 게… 나는 가장 아쉬워.”
그 말을 들은 스마일로즈는 불안하고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키 큰 나무들, 잡초들, 작은 풀잎들까지—누구의 지시도 없이
때가 되면 초록 새싹을 틔우고, 햇볕을 받고, 꽃을 피우고
또 때가 되면 잎이 바래지고,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내가 막을 수 없는 걸 걱정하며 불안해하지 말자.
즐겁게 살자.’
즐겁게 산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픈 생각을 품고 살아도 결국은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는, 즐겁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어.
그렇게 마음먹은 스마일로즈는 다시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그러나 활짝 웃으며,
행복함을 잔뜩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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