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새벽
지금까지 나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왔다.
학창 시절도, 사회생활도 큰 굴곡 없이 흘러갔고, 특별히 튀는 일도 없었다.
그 덕인지 인생의 큰 업 앤 다운 없이 지나온 것 같다.
그런 내 삶에 가장 큰 진폭을 만들어낸 건 아이를 키우면서부터였다.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들,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 그리고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내 마음의 반응들.
그중 가장 힘든 건, 내 심장을 쥐고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이라는 사실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몸은 가까이 있어도, 마음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지켜보기’란 말이 이렇게 가슴을 조이게 만들 줄은 몰랐다.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감정을 아이를 통해 종종 경험한다.
특히,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발 상황들 앞에서 그렇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무언가 느낌이 싸했다.
깊은 잠에서 깨 거실로 나가보니, 아이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이의 말이 이어졌다.
"자다 가슴이 눌리는 느낌이 들어서... 숨 쉬기가 좀 힘들었어."
나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물을 건네고 심호흡을 유도했다.
괜찮을 거라며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이미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큰 병은 아닌 걸까, 병원에 가야 할까,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수많은 걱정이 나도 모르게 올라왔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내 심장은 여전히 저 아래에서 조이고 있다.
이 불안이 가라앉으려면, 며칠 동안 별일 없이 아이가 지내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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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건 이런 걸까.
내 감정의 평정 상태가 누군가의 무사함에 달려 있다는 것.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아진다는 것.
이 불안하고 조이는 느낌을 나는 앞으로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고민 끝에, 우선 산책이라도 해보려 한다.
제대로 잠도 못 잤고, 긴장과 걱정이 뒤엉킨 이 복잡한 감정들을 풀어야 할 것 같다.
저 아래로 떨어진 내 심장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나까지 함께 무너져버릴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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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이유는, 아이가 너무도 소중해서지만,
그만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조금은 나아질까?
자식을 다 키운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런데 내 주변을 보면, 자녀가 커도 부모의 얼굴에 평안이 가득하진 않더라.
혹시 자식이란 그냥 그런 존재일까.
그렇게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우리 부모님은 어땠을까.
나를 키우며 저런 불안을 느꼈을까.
기억 속 그들은 언제나 묵묵했고, 큰 걱정 없이 우리를 키운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먹고 자고 입는 걸 챙기며, 그냥 크는 대로 두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았을까.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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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떨어진 심장을 주우러,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
조금 걷고, 조금 울고, 조금 숨 쉬고 오려고 한다.
내가 다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성공하기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