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소모가 힘든 나에게 ㅡ너나 걱정해
지난달, 지인과 통화 중이었다.
"이제 나 풀타임으로 일해야 할 것 같아."
"왜?"
그 친구 말로는 남편이 오늘 사표를 쓴다고 했다.
사실 그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었다.
3~4년 전부터 “남편이 그만두고 싶어 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처음엔 나도 덩달아 걱정했었다. 정말 그만두면 어떡하지, 아이들은? 생활은?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하지만 너무 자주 들으니 점점 무뎌졌다. 이번에도 속으로는 "그러다 말겠지" 했다. 한두 번도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엔 목소리가 좀 다르긴 했다.
진짜 그만두는 건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뭐, 진짜라면 곧 알게 되겠지 싶었고.
그러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걱정이 되었다.
그 집 사정까지 내가 신경 쓸 일인가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괜히 내 일처럼 안절부절못했던 것도 같다.
한 달쯤 지나 다시 통화를 했다. 다른 얘기를 하다 무심코 알게 됐다.
"어, 남편? 아니, 아직 안 그만뒀어."
그 순간 묘하게 씁쓸했다.
안 그만둔 게 다행이고, 잘 지내는 게 좋은 일이 맞는데… 뭔가 억울했다.
내가 괜히 걱정했구나 싶은 마음이랄까
아, 이게 바로 ‘오지랖’이구나 싶었다.
그냥 진짜 사표 낸 다음에 말하라고 ~~
그게 나을 거 같다.
친구는 자신의 불안한 맘에 말했던걸 텐데
나는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게 되니 말이다.
남보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나는 왜 그렇게 마음을 졸였을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남의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인가 보다.
안다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이제부터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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