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앞에서

by 새 봄

일을 하러 가는 길에 세네 개의 건널목이 있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신호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내가 도착하자마자 초록불로 바뀌었다.

기다림 없이 쭉쭉 건너가며 ‘오늘 운 좋은데? 로또 사야 하나?’

혼잣말처럼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어떤 때엔 ‘이제 내 때가 왔구나’ 싶게

모든 일이 한결같이 풀릴 때가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시기엔,

내 앞에서 신호가 딱 끊겨버린 듯

기다림만이 전부가 되는 시간들이 있다.


앞서 건너간 사람들을 바라보며

‘왜 나는 아직 멈춰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


신호등은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 반드시 바뀐다는 확신이 있다.

그건 100%의 예측 가능한 변화다.


하지만 삶은 다르다.

‘기다리면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 서 있더라도

그게 언제인지,

정말 좋아지긴 할지

우린 알 수 없다.


그래서 아마 더 힘든 걸지도 모른다.


지금 나 역시 기다리고 있다.

내 앞의 신호가 바뀌기를,

이 구간을 지나 다시 나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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