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나도 좋고

by 새 봄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왜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을까.
그 생각은 간간이 스치듯 지나갈 뿐이었다.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안이 남은 것 없이
다섯 달 동안 글에 모두 쏟아낸 것처럼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답답함, 서러움,
이해받지 못한 마음,
붙잡고 있던 질문들까지.
그래서 다 써냈나 보다.
잘했다.
모든 걸 비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들을 네 시간가량 만나고 돌아와
다시 글을 쓰고 있다.

내 안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신호일까.
비교와 흔들림,
안도와 감사.
밖에서 받은 감정들이
다시 안에서 말을 찾기 시작한 것일까.

텅 빈 나도 참 좋았고,
글을 다시 쓰고 있는 지금의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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