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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28. 2022

하강 곡선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또 다시 그 분이 오셨다. 상승이 있으면 하강도 있는 법. 더 높게 상승하는 만큼 하강도 빠르고 가파르다. 무슨 얘기냐고? 내 열정과 무기력증의 주기 이야기다.


 다들 그런 경험 있을까? 온 열정을 다해 무언가에 푹 빠지고 곧이어 무기력증에 빠지는 경험 말이다. 나는 무언가에 강하게 매료되면 정말 순식간에 빠져든다. 온 에너지를 다해 집중하고 공부한다. 자기확신도 강렬하게 느낀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일이라는 게 그리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모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나는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순간적인 화력을 내는 것은 잘 했지만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오래 가지 않아 금방 수그러 들거나,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타격을 많이 받는다. 나는 상승곡선에서 느낀 자기확신이 실제로 이어지지 않을 때, 하강곡선에서 무기력증을 느낀다. 무기력증은 자기의심을 낳고 자신감 하락과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우울감은 다시 무기력증으로 돌아가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으면 무언가에 쉽게 빠지기가 겁이 난다. 빠지는 만큼 나중에 힘들어질 게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태도는 새로 도전하고 시작하기를 더 어렵게 만든다.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하다. 열정 기복도 심하다. 그냥 기복이 심한 편이다. 지금보다 훨씬 예민했던 10대, 20대에는 정말 자그마한 일에도 감정이 널뛰기를 하며 우주 끝까지 치솟다 맨틀 밑바닥까지 훅 꺼져버리곤 했다. 경험이 약인지라 점차 나에 알아가며 대비책을 세우고 지금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많이 능숙해졌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은 정도가 덜해질 뿐 어디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나의 성향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바닥으로 크게 무너지는 괴로운 경험을 하지만, 한편으론 하늘로 높이 치솟는 행복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기에. 모든 성향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비를 하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힘든 시기를 훨씬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다. 오늘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찾아온 나의 그 분, 바로 하강곡선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경험적으로 자기확신에는 자기의심이 붙어있다. 자기확신이 커질수록 자기의심도 커진다. 당연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내가 스스로 아무리 자기확신을 가진다해도 한편으론 자기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성과를 비롯한 주변의 평가가 나에게 우호적일 땐 확신에 더 힘이 실리고, 그렇지 않을 땐 의심에 더 힘이 실린다. 타인의 평가가 일종의 변수인 셈이다. 그렇다면 변수가 없다면 어떨까?

  타인의 평가가 없다면 스스로의 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평가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어떠한 근거를 들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그 유효한 근거중 하나가 바로 '행동'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나의 행동, 실천력 말이다. 쉽게 말해 내가 가진 자기확신을 뒷받침해줄 적당한 '실천'을 하고 있다면 자기확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실천을 하고 있지 않다면 구석에 숨어있던 자기의심이 점점 빠져나오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정말 네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만큼 노력하고 있니?"

  적당한 자기의심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정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스스로를 좀먹는다. 그래서 '실천력'이 중요하다. 뭐든 실제로 하는게 중요하다.


  나는 '100번 쓰기'를 하면서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 방법으로 '매일 브런치에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글을 쓴다고 나의 목표가 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목표로 가기 위한 첫 발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발판을 통해 나는 또 다른 발판으로 건너가야 했다. 글을 계속 쓰고 있었고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자기확신)했다. 그렇지만 이게 익숙해지자 새로운 발판에 대해 조바심이 났다. 현재의 브런치 글쓰기가 내 고유의 콘텐츠를 찾는데에 목적이 있다면, 그 다음은 나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구상하고 여러 방향으로 생산해야 한다. 그 다음 발판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스스로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나 요며칠 바쁘다는 이유로 원래 실천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다. 몇 일 전부터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던 자기의심이 기다렸다는 듯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강곡선이 시작되었다.

 

 이번 경험에서 느낀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만 계속 하고 있어도 되나?' 싶을 때는 변화의 시기가 왔다는 신호다. 기존 하던 것이 조금 익숙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변화의 시기는 불안정하다. 일단 기존 하던 것을 흔들리지 않게 다시 한 번 굳건히 유지를 하고, 추가로 더 할 수 있는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 이 때, 새로운 것에 집중한 나머지 다 같이 흔들려버리면 다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니 변화의 신호를 인지는 하되, 아주 천천히 변화할 수 있도록 조바심은 내려놓자. 건물을 올리려면 땅을 잘 다져야 한다. 기존에 다지던 땅을 더 단단히 다지면서, 어떤 건물을 올릴지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두 번째,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기존 하던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다시 천천히 땅을 다지면 된다. 땅을 넓고 단단하게 다질 수록 더 멋진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그러니 조바심은 접어두고 기본에 집중하자. 


  세 번째, 만일 이미 하강곡선 열차에 탑승했다면, 기존 하고 있던 노력들도 못 할 정도로 이미 다 놓아버렸다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실행을 하자. 첫 목표와 관계가 없어도 좋다. 나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 나는 자기의심-무기력증-우울감으로 이어지는 하강곡선을 이미 여러차례 타 보았다. 시작은 나의 도전에 대한 의심이지만 마지막은 나에 대한 의심으로 끝난다.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나를 지켜야 한다. 이왕 하강 곡선에 탑승한 것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다 비운채, 일상을 유지할 최소한의 실행만 해보자. 이왕이면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 제일 좋다. 나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산책'이었다. 하루에 한 번 바깥에 나가 햇빛을 쬐는 것이다. 5분이어도 좋고 10분이어도 좋다. 다른 방법도 괜찮다. 뭐든 꾸준히 매일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이면 된다. 작은 행동에서 작은 성취감을 얻을수 있고, 같은 행동이 쌓이면 꾸준한 성취감으로 바뀐다. 그렇게 다시 나의 페이스를 찾는 때가 온다.


  무슨 일이든 단기간에 되는 것은 없다. 큰 결과물을 원할수록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도 크다. 당연한 일이다. 지속적으로 열을 가하고 뜸을 들이는 여유까지 더해야 맛있는 밥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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