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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24. 2022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여, 일단 시작하자.

  시작하는 것과 지속하는 것, 무엇이 더 어려울까? 주위에 물어보면 거의 반반이다. 어릴 때의 나는 시작하는 게 더 어려웠다. 뭘 시작을 해야 지속을 할텐데 시작부터가 참 겁이 나고 어려웠다. 그런 내가 무럭무럭 자라 서른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이전보다 시작이 훨씬 가벼워졌다. 대신 지속하기가 어려워졌다. 나의 의지는 나풀나풀 가볍게 시작하고 금새 날아가버리는 나비같다고나 할까... 지속하는 게 새로운 미션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시작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은 어쩌면 시작이라는 큰 산을 이미 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경험을 비춰 '쉽게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나처럼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꽤 많지 않을까 싶다. 사실 완벽주의자들은 기준치도 높고 잘 해내고 싶은 의지도 강한 사람이다. 잘 하려고 하다 보니 기준치가 점점 올라간다. 그러다보니 시작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모 아니면 도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해내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보면 점점 시작은 어려워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커져간다. 그렇게 더 어려워진다. 나도 그랬다. 그 수순을 밟으면 마지막은 자기혐오에 빠진다.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작의 어려움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순서를 조금 비틀어보자. 생각을 시작하기 전에 행동을 먼저 해버리면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에 힘을 빼는 것이다. 시작은 거창하고 창대한 것이 아니다. 그건 마지막이다. 시작은 아주 작고 비루해야 한다. 그래야 점점 올라가고 완성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작고 미약한, 어쩌면 비루하기까지 한 시작을 해보자. 그게 익숙해지면 조금 더 살을 붙여가는 것이다.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근력이 약해 뭘 해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완벽주의자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았다. 처음엔 운동을 아주 정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시작하려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헬스장은 어디가 좋고, 이왕 운동 하는거면 살을 같이 빼면 좋으니 식단도 해야 하고, 운동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 어떤 순서대로 해야하는지 모든걸 파고들어 공부했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다 알 것이다. 삼일만에 온 몸이 부서지는 통증을 느끼며 종료되었다. 그리고 나는 운동을 더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도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몇 년씩이나 운동을 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했고, 그 사이 내 몸은 천천히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쌍둥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몸은 급격히 나빠졌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엔 아주 비루하고 미약하게 시작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바로 집 주변을 산책하며 걷는 것이다. 이걸 운동이라고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시작했다는 뿌듯함이 나를 더 움직이게 했다. 잠깐의 산책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심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삶에 활력이 돌자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참 재밌는 게, 내가 아침에 삼십분 정도 산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선 나에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과거의 나를 아는 나로서는 참 신기한 수식어였다. 가벼운 산책이라는 작은 성취를 하자, 다음 목표를 찾게 되었다. 조금 더 자세를 바르게 하고 복부 근력을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1년 정도 했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시작과 중단을 반복하다 중단한 상태다. 이전 같았으면 결국 운동을 그만뒀네 싶었을 터다. 결국 그만뒀으니 의미가 있나 하고 생각했겠다. 시작을 통한 성취를 경험해본 지금은 그간의 경험이 나에게 준 영향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촬영도 몰라 편집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유튜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알아보았다.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무언가를 시작할 때 기획을 잘 하면 성공 확률이 올라가지만, 기획하다 중단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너무 많은 생각은 행동을 못하게 만든다. 당시 나는 하고 싶은 분야가 너무 많아 어떤 채널을 운영해야 할 지가 고민이었다. 그건 해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른다. 일단 시작하고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를 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앞으로도 계속 해봐야할테고.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해야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당신이 시작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자. 아주 가볍고 미약하고 작게 시작해보자. 나비효과도 일단 시작해야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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