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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23. 2022

INFP의 세상을 운영하는 방법

  어제 모처럼 친한 언니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이 장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그간 전하지 못했던 근황도 나누었다. 분명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모르게 기분이 꽁기꽁기하고 찝찝한 이 느낌... 이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 자기 전까지 끌고 다녔다. 잠들기 전 남편이 내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기분 안좋아 보여."

  "오빠가 보기에도 그래? 맞아, 나 기분이 뭔가 안좋아. 근데 이유를 모르겠어."

  나는 오늘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불편하고 어딘가 기운이 없는걸까? 그런데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근데 항상 그래. 내가 너 자유시간 줘서 나갔다 오는 날은 항상 기분이 이렇게 안좋아. 누구를 만나고 와도 그렇고."

  이거구나! 난 내향형 인간이었지! 뼛속까지 내향형 인간인 나는 나갔다 오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면 이상하게 기력이 없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 외에도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내가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사람을 만나지를 말지 왜 또 만나러 가냐고? 나는 내향형 인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너무 변화 없이 고여있는 것도 괴롭다. 남편에게 그런 내 성격을 설명하다 보니 나라는 세상은 운영하기가 까다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내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런줄 알았는데 저렇고, 저런줄 알았는데 이렇고. 할거면 하나만 하지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니... 주변에서도 날 피곤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엄마는 내가 기복이 심하다거나 변덕이 심하다고 표현하셨다. 나는 그런 내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들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내가 별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바로 MBTI 덕분이다. 나는 INFP다. 알고보니 나 외에도 다른 INFP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 자체로 정말 큰 위안이 되었다. 

  '나만 유별난 게 아니구나. 이건 그냥 하나의 특성이구나. 나 외에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그게 많지 않을 뿐이지!'

  나의 성향을 들여다 보았을 때, 나의 세상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어느 한 쪽에도 치우지지 않게. 치우치더라도 금방 돌아올 수 있게. 여러 요소들을 균형적으로 적절히 배치하는 게 평화롭고 충만하게 운영하는 방법이다. INFP는 그들만의 까다로운 균형만 잘 맞춘다면, 누구보다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유려한 도자기를 구울 때 온도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잘 맞춰야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양면성을 띠고 있는 만큼 양쪽 모두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 INFP들의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은 그 때문일지도.

  나는 오늘도 나라는 세상을 운영하기 위해 균형을 잡는다. 외출은 너무 길지 않게 하고, 남을 위해 쏟는 시간만큼 나를 위해 쏟는 시간도 적절히 챙긴다. 식사량은 많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일찌감치 끝내버린다. 나의 생각을 담은 창작물을 간단하게나마 만든다. 나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적당히 정리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머리속에서 생각이 잔뜩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생각이 배출되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지고, 정신건강의 균형이 무너지면 육체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당히 꾸준히 가볍게 생각을 배출하는 게 좋다. 가장 심플한 방법이 나의 개성을 가볍게 담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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