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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22. 2022

100번 쓰기를 하면 정말 바뀔까?

  지난 글에서 100번 쓰기를 21일동안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썼다. 오늘은 그 100번 쓰기를 21일간 지속하며 느낀 점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나의 100번 쓰기 목표는 '2026년에 행복하게 월 1억 벌기'였다. 이걸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나를 기만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 목표를 이루지 못 할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당장 월 수입이 하나도 없는 주부일 뿐이고, 일을 하자니 당장 아이들 보육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육아와 업의 균형을 맞추는 삶이었다. 어느 하나에 치여 한 역할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균형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삶을 원했다. 당장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러 가면 되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서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그런 삶도, 월 1억이라는 거대한 숫자도 나와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이 방법을 처음 알게 해 준 '웰씽킹'의 저자 켈리 최는 일단 쓰라고 말한다. 어떻게 이룰지를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기. 쓰면서 나의 무의식에 목표를 새기라고 한다. 그렇게 목표를 새기고 나에게로 끌어당기는 경험을 이전에 시크릿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또 이렇게 큰 목표는 달성해본 적 없지만 소소한 끌어당김은 성공한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어떻게 느끼든 100번씩 100일간 쓰기로 결단했다.


   첫 삼일은 반신반의의 상태였다.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게 될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 상태로 며칠 더 지나니 정말 다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심삼일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내가 근 일주일 가까이 목표를 쓰고 있었다. 그게 뿌듯해서 이번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일주일 쯤 되니 글씨를 쓰는 게 익숙해졌다. 좀처럼 어색하던 목표가 점점 손과 입에 익기 시작했다. 하지만 쓰는 것과 믿는 것은 조금 달라서 인지부조화도 느껴졌다. 목표를 쓰는 동안에는 정말 충만 하고 행복한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이 와닿을 때 현타가 오기도 했다. 현실은 월 100만원만 벌어도 너무 감사할 것 같았다. 장을 볼 때 천원 차이로 뭘 살 지 고민하거나 그 달의 생활비를 계산할 때 느끼는 현실이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클수록 내 목표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마다 의식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좀더 뻔뻔하게 꿈을 꾸곤 했다.

  의심하는 마음이 들어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백번 써보고 나서 생각하자고 결심을 했기 때문에 어떤 생각이든 평가는 백번 다 쓰고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에 백 번 쓰기를 다 채우고 나면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머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몸이라도 따라오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썼다. 

  그렇게 쓰기를 지속한지 18일쯤 되자 노트를 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습관 들이는 팁 중 하나는 하루 중 꼭 하는 일과 습관 들이고 싶은 일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재우고 8시~8시반이 되었을 때 노트를 폈다. 아이들이 늦게 자면 그만큼 시간이 늦어지긴 했다. 특정 시간에 써야지 마음 먹으면 시간을 놓쳤을 때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특정 행동을 한 뒤에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좀 더 지키기가 쉽다. 그렇게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이제 내 시간을 펼친다는 마음으로 노트를 펼치고 기록을 했다.


  백 번 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팔이 굉장히 아파서 날림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다 내 꿈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서 노트 쓰는 환경에도 정성을 들이게 되었다. 글씨도 최대한 예쁘게 쓰려고 하고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음악도 틀어두곤 했다. 그럼 그 순간이 너무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져서 나름 힐링이 되었다. 현실이 어떻든 간에 그 시간 만큼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었고, 나도 그 반짝거림 속에 들어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노트를 쓰는 시간이 즐겁고 또 당연한 시간이다.

  아직 21일을 갓 넘긴 상황이지만 그 동안에도 마음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100일이 지나면 어떤 변화가 있을 지 너무 기대가 된다. 지금 당장 효과가 없다고 느껴서 포기하고 싶더라도 같이 끝까지 가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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