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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pr 07. 2022

또 콧물이다.

  삐빅! 비상입니다! 세상에, 콧물이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이럴 수가 있지? 어제 밤까지만 해도 클린했던 아이들의 코에서 콧물이 보였다. 콧물이 나오는 의미는 바로 이거다. 

  '감기 걸림 = 어린이집 못감= 가정보육 당첨!'


  평소엔 맑은 콧물이 살짝 비치기 시작하며 2-3일에 걸쳐 노랗고 진한 콧물로 변한다. 양도 많아진다. 그러다 다시 콧물이 줄어들고 색이 옅어지며 감기가 끝난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는 보통 짧으면 7일, 길면 14일 정도 지속되었다. 그 기간동안 아이 둘을 함께 가정보육을 하다보면 그동안 견고히 쌓아둔 내 일상이 무너진다. 나의 목표를 위해 쌓고 있던 나만의 루틴과 일상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1-2주만 쉬어도 흐지부지 없던 일처럼 돌아간다. 더불어 아이 둘을 보면서 내 인내심과 체력이 실시간으로 닳아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거기서 오는 자괴감이란... 또 말도 못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다 낫고 나면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아플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면 내가 아프다. 


  그나마 다행인건 또둥이들은 건강한 편이라 열 난 적도 별로 없고 컨디션이 처지지도 않는다. 몸은 힘들지만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할 일은 별로 없었다. 약도 잘 먹는 편이다. 컨디션은 몹시 좋으니 칩거 명령이 떨어지는 게 제일 힘들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남아 둘과 함께 있는 나도 정말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건 요즘은 날이 꽤 풀려 따뜻해져서 잠깐의 산책은 시도해볼 만 하다.


  이번 감기가 좀 신기한 건 바로 속도다. 평소엔 맑은 콧물부터 천천히 시작하는데 이번엔 맑은 콧물은 조금도 없다가 갑자기 진한 콧물이 나타났다. 하루 새에 이렇게 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이제 좀 컸다고 다른 양상으로 감기가 시작되는 걸까? 사실 감기가 시작될까 지나갈까 맘 졸이는 맑은 콧물 기간이 없어서 정신적 스트레스는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내일부터 또 시작이다. 그래도 일년간 애도 나도 많이 컸는지 감기 기운이 보여도 예전만큼 절망적이진 않다. 육아의 완급조절도 할 수 있게 되고 내 일의 완급조절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럴까? 오늘도 평소처럼 100번 쓰기를 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치얼쓰. 일주일간 힘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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