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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pr 18. 2022

나는 인정받고 싶다.

  드디어 아이들의 감기가 나았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걸린듯 하다. 아이가 아파 가정보육을 할 때마다 내 시간과 체력은 대폭 줄어든다. 열심히 쌓아오던 내 습관들이 무너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동안 글도 쓰지 못하고 혼자서만 그려오던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그간 나의 고민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감기 조짐과 동시에 나는 내 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내가 쓴 글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만큼 글 쓰는 게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에게 좀 당혹스러웠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 아니었나? 


  '이 글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봐도 재미가 없는 글이야.'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내 이야기를 하고 있나? 그것도 맞다면 나는 지금 왜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걸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확신이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는 쓸 수 있는 글도 없었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왜지? 왜 이런 마음이 드는거지? 이럴 땐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최고다. 무기력증이 오면 힘껏 무기력해져라. 무기력함을 잔뜩 느끼고 나면 비로소 의욕이 꿈틀대며 올라올터이니. 무기력증을 수없이 경험하며 느낀 점이다.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래서 그냥 쉬었다. 100번 쓰기도 중단하였다. 와닿지도 않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며 각인 시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어딘가 불편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글이 스스로 마음에 차지 않고 타인의 관심도 끌지 못하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인정 욕구가 큰 사람인데 인정을 받지 못하니 그 행위가 즐거울 리 없다. 나와의 약속으로 인한 책임감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지니 내가 글을 쓸 수 없는 상태를 끌어당겨버린건 아닐까?)


  잔뜩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유튜브를 뒤적거렸다. 생각보다 유튜브엔 좋은 정보가 많다. 그러다 알고리즘이 나에게 물어다 준 어떤 영상을 봤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바로 무의식이 비춰낸 현실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개념이 확 와닿으면서 내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만들어낸걸까?

 

  그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몇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 나는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다. 그래서 계속 성과를 내고 싶고,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고 우월한지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 영상은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의 무능이 드러나 사람들에게 버림받을까봐 애써서 인정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듣기가 불편했지만 솔직히 그건 사실이었다. 정말 뼈 맞은 기분이었다. 무능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은 무능하지 않다며 부정한다. 그렇게 무능한 마음을 해소하지 않고 억눌러놓으면 무능한 마음은 무의식에 남는다. 그리고 무능한 마음을 계속 느낄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고 한다.


  나는 한번씩 인정 욕구가 내 뼈에 새겨져 있다는 생각을 들었다. 나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 나를 증명해내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말을 하고도 곱씹는다. '내가 왜 그런말을 했지?'하고 말이다. 아무도 압력을 넣는 사람이 없는데도 나는 스스로 '왜 내가 바쁜지', '오늘 무엇때문에 육아가 힘들었는지', '이 돈을 왜 쓸 수 밖에 없었는지'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남편은 나에게 돈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넉넉한 상황도 아니지만 당장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바쁘게 일하거나 쉴새없이 움직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계속해서 그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쉴새없이 일하고 돈을 벌어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뒤처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게 모두 무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실마리를 잡았다. 나는 사랑받고 싶다. 여태 사랑(=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성과를 내려고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가진 감정을 무의식에 억누르지 않으려면 감정을 인지하고 충분히 느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그 감정은 훌훌 날아간다고 한다. 매 순간 나를 관찰하며 '내가 인정받고 싶구나'를 인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정에 머무르려고 한다. 나는 나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감정에 머무른다.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다독이기도 한다. 책임을 미루거나 역할을 강요하는 말 말고, 감정을 알아주는 말을 해준다. 그럼 정말 내 안의 내가 대답을 하듯 불쑥 생각이 떠오른다.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다보면 감정이 이전보다 훨씬 대하기 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이렇게 살고있다.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조금씩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앞으로는 그 부분을 함께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 탐색의 끝이 어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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