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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Dec 30. 2015

몇일째 떠돌이 신세

나도 우리방에 수술이 있으면 좋겠다.

몇일째 수술이 없다.

다른 방에는 수술이 있지만 우리 부서는 정규 수술이 없다.

교수님들이 모두 휴가를 가셨기 때문이다.

12월 말의 선물이라며 스케줄을 모두 비워두셨다.


사실 그건

선물이 아냐!

(두둥)


방에 수술이 없으니 다른 방을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장점은 있다.

일단 아침에 챙길 준비물이 없어 출근을 조금 늦게 해도 괜찮다는 것과,

다른 방의 새로운 수술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다른 방에 가면 눈치가 보인다.

스크럽은 물론 설수가 없고

서큐라도 잘 봐야하는데,

아직 경험치가 그다지 쌓이지 않은 나로서는 처음 보는 수술의 서큐레이션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매일같이 보는것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데!)

그리고 그런 신규를 다른 방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구나 방마다 원래 있는 선생님들의 스타일이 있는지라 그걸 잘 모르는 채로 물건을 만지면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냥 보고 있는것도 민망하고

뭘 알지도 못하면서 하려고 드는것도 난감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순간들도 쌓이면 경험치가 되고 그게 나중엔 실력이 되는거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우리 방에서 우리 파트 수술을 먼저 익히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아침에 준비물 챙기는 스트레스는 조금 줄었으니 지금은 이것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내야지.


그래도 새로운 수술을 보는것도 꽤 좋은 일이다.

오늘은 신경외과 수술이 우리 방으로 넘어와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마이더스 드릴 사용법, 네비게이션, 바이폴라 기계 세팅법 등등..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꽤 즐거운 일이다.

수술은 머리를 열고 경막의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또 다른 방에서 직접 스크럽을 들어가기도 했다.

일반외과의 유방절제술을 들어갔는데 스크럽 경험이 별로 없던지라 실수 연발이어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죄송했다. 눈치도 많이 보였다.

가르쳐줘도 잊어버리고 몸에 아직 숙련이 덜되어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제 두달인데 스크럽을 제대로 서질 못해 걱정이 많다.

주위에서도 그렇고 스스로도 걱정이 된다.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려나.


수술중에 기구를 주는것도 관찰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생각하는데도 막상 직접 해보니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메이요 커버 씌울땐 또 왜이리 힘든지. 딱 맞게 끼우기가 왜이리 어려울까.

수술 후에 기구 정리하는것도 너무 느리고 두렵다.

스크럽 들어가면 이리저리 혼날게 분명하니 들어가기가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렇지만 처음에 서큐보는것도 어려웠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시간이 해결해주고 곧 익숙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스크럽도 곧 익숙해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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