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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Jul 17. 2022

겁도 없이 전복을 샀습니다.

  얼마전에 살면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 있는데요. 초복을 맞이하여 장어와 전복을 샀어요. 사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와... 겁도 없다 나 진짜!"

  언제 이렇게 커서, 감히 장어랑 전복을 요리해보겠다고 덤비게 된걸까요? 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저는 그런 스스로가 너무 웃기더라고요. 2년동안 많이 컸다 싶고요. 무엇이 저를 이렇게 바꿨을까요?


  아마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지속적인 시도' 때문일거에요.


  요리다운 요리를 시작한 건 2년 전 아기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터 였어요. 사실 제 손으로 이유식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에게 요리는 하기 전부터 하고 난 뒤까지 모두 버거운 것이었거든요. 식재료 준비만 해도 왜이리 설거지거리가 많이 나오고 주방이 엉망이 되는지. 요리를 하는 동안에도 너무 정신이 없는데 하고 나면 주방이 폭탄 맞은듯 되어 버리니 버거울 수 밖에 없지요. 더욱이나 요즘은 시판 이유식도 너무 잘 나오는지라 다들 사먹이지 만드시는 분들은 잘 없으시더라고요. 오히려 요리 안하는 사람은 재료만 낭비하니 사먹이라는 얘기를 훨씬 더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이유식을 사서 먹였어요. 그런데 쌍둥이들의 먹성이 날로 좋아지며 시판 이유식의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중후기에 들어서자 각자 한 통 반씩 먹어치우더라고요. 매일 배달받는 이유식은 가격이 좀 있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식을 둘이서 3인분을 먹으니... 한 달 이유식 값이 백오십만원이 넘겠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배달해주는 이유식 말고, 한 번에 10팩, 20팩씩 구매하는 이유식을 사서 쟁여두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냉동시켜뒀다 해동해서 먹이곤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한 끼에 3통씩 먹으니 하루 3끼면 하루에  9통씩 먹더라고요. 냉동고 크기가 있으니 한 번에 너무 많이 살 수도 없었어요. 최대 20팩인데 그렇게 받아도 3일을 넘기기가 힘들었어요. 아무리 핫딜로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한계가 있었고요. 그리고 매번 나오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아이가 하나거나 잘 먹지 않는 경우에는 사서 먹이는 게 낫겠지만, 저희 집은 그렇지가 않겠구나 싶어서요. 그런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이유식을 만들었어요. 집에 구비되는 식재료가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조리도구도 좀 더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장비도 하나 둘 갖추게 되었어요. 재밌는건 실패가 쌓이면서 요리 실력도 상승했다는 거에요. 썩어서 버리게 된 재료가 늘어갈수록 재료에 대해 터득하게 되었거든요. 냉장고 관리하는 방법도 식재료 소진 주기도 직접 겪으며 익힌 것들은 차곡차곡 경험치로 쌓이더라고요.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같은 음식을 먹어요. 그러면서 요리의 스펙트럼도 넓어졌어요. 같거나 비슷한 음식을 피하려 하다 보니 새로운 식재료도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요리도 그냥 유튜브로 찾아서 배우고 시도해보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첫 시도는 보통 만족스럽지 않지만, 한 번 경험해본 건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요.


  이번에 구매한 장어와 전복은 오전을 꼬박 투자해야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갔어요. 첫 시도라 과정이 험난했거든요. 그렇지만 다음엔 더 잘 만들 수 있을테니까 좋은 경험이었다 싶어요. 팔뚝만한 장어는 너무 커서 익히기 힘들었지만 탱글탱글 너무 맛있었고요. 전복 손질은 너무 힘들었지만 내장이 듬뿍 들어간 전복죽은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웠어요. 중요한 건 오늘의 시도는 분명히 다음 번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에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사실. 그건 요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닐거에요.


  저는 엄마였고 가정주부였지만 이제 나의 메세지를 전하는 인플루언서도 되고 싶어요. 지금 하는 시도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되겠지요. 지금의 발자국들이 돌아보면 멋진 그림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점 하나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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