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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ug 05. 2022

아이를 돌보며 내 일을 키우는 방법

  아이를 돌보며 다른 일까지 하기는 참 어렵다. 엄마는 시터가 아니다. 시터는 주어진대로 그 시간만큼 아이를 임시로 돌보아주면 되지만 엄마는 그 이상으로 고려할 일이 많다. 아이들의 발달 사항을 확인하고 적절한 영양공급이 이루어지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진 않은지 과한 부분이 있진 않은지도. 요즘처럼 떼와 고집이 늘 때는 이 부분을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이에게 대응하는 매 순간, 내가 과연 맞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건지도 고민한다. 그렇게 나무를 보다가 숲을 보고 또 다시 나무를 보는 느낌으로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다 보면 온 몸이 지친다. 나의 에너지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낀다. 여유가 없으니 아이가 내 뜻대로 잘 따라와주지 않으면 화도 난다. 점점 너그러움과 거리가 먼 엄마가 되고 있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하고 싶은 꿈. 내가 가진 생각들을 나누고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온종일 아이를 돌보았던 것처럼 나를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 어제는 어땠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모든 것들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나에게 집중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혼란스러운 것이다. 나는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아이를 돌보는 데 쓴다. 내 뇌도 거기에 맞추어 적응한다. 엄마모드가 된 나에게서 온전한 나를 끌어내기가 참 쉽지 않다.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의 방법을 찾은게 아침 시간에 가장 생산적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모든 게 정돈된 아침 시간에 아이 등원까지 마치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진 느낌이다. 그 상태로 내 일에 집중하고 빠르게 끝낸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식사를 챙겨 먹고 간단한 정리를 하고 나면 벌써 시간이 오후 2시가 된다. 그 이후엔 한시간 반동안 푹 쉬어야 한다. 하원 이후의 시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동안 이 스케줄로 꽤 적응했었다. 꾸준히 글도 쓰고 시간을 알차게 나눠 쓰며 2way로 잘 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또다시, 아이의 가정보육 기간이 생기자 이 시스템이 무너졌다.


  아침에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하고 나면 저녁에도 지쳐 쓰러지기 일쑤다. 그렇게 애써 잡아둔 습관이 무너지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모처럼 어쩌다 시간이나 체력이 남아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멈춘 바퀴를 새로 굴리는 것은 힘이 많이 든다. 해야할 것을 하지 못한다 생각하니 초조해진다. 아이들을 놀아주는 데에도 집중하기가 어렵다. 시간은 함께 보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이 어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이 마음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내 역할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엄마'역할에 집중할수록 빠르게 회복되는데, 문제는 엄마 역할에 익숙해질 때 즈음 다시 가정보육 기간이 끝나 어린이집을 간다는 사실이다. 그 때가 되면 또 다시 혼란스럽다. 잔뜩 몰입하고 있었던 엄마의 역할을 애매하게 벗고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더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 문제는 여태 여러번 겪었고 그 때마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 헤매곤 했다. 처음엔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든 나눠 쓰면서 두 역할을 양립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아무래도 체력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기간제'로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보육 주간에는 엄마 역할에 집중하고 끝나면 내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 말이다. 여태까진 역할을 양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려웠지만 오히려 아예 작정하고 마음껏 쉰다 생각하고 하나의 역할에 집중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담고싶은 생각도 여러 페르소나가 있다. 과거 20대의 기억을 담고 싶은 콘텐츠도 있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를 담고 싶은 콘텐츠도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아이를 양육하며 느끼는 부분을 담고 싶은 콘텐츠도 있다. 온전히 엄마로 살아야 하는 기간은 현재 아이 양육에 집중하며 그동안 콘텐츠를 많이 모아둔다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가벼운 일기쓰기나 메모로 당시의 감정과 생각하는 방향들을 기록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머지 기획과 콘텐츠 제작은 다른 주간에 하면 되니까.


  그래. 다음에 가정보육 기간이 되면 그 땐 좀 더 시간을 다르게 써봐야겠다. 엄마 역할에 집중하는 시간이자 엄마 콘텐츠를 모으는 기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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