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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ug 31. 2022

계획된 임신 그러나 뜻밖의 쌍둥이

  “네???? 쌍둥이요????”

  그건 기절할만큼 놀라운 소식이었어요.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들을거라 상상조차 안 해본 말. 내가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아니 그게 가능하긴 한건가요?


  저에게 가장 강렬했던 쌍둥이의 기억은 바로 학부시절이었어요. 저는 간호학을 전공했거든요. 여러가지 과목 중에서도 특히 ‘모성 간호학, 아동 간호학’에 관심이 많았지요. 언젠가 나도 아이를 임신할테니 열심히 배워두자는 마음으로 공부했던 과목이었어요. 이 두 과목을 공부하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와, 쌍둥이는 절대 가지지 말아야겠다.’였어요. 일단 아이가 걸릴 수 있는 여러 중증 질환들에는 여러가지 관련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 ‘조산’이 빠지지 않았어요. 아이가 재태주수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오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조산을 야기하는 산모의 여러 질환들이 있는데요. 또 이 질환들의 관련 요인 중 빠지지 않는 게 ‘다태 임신’이었어요. 산모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질환들의 원인이 ‘다태 임신’ 그 자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득하더라고요. 이미 임신이 되어버린 걸 무를 수도 없는건데요.

  결과적으로 다태 임신 그 자체가 산모의 몸에 무리를 주는 여러 질환을 야기시키고 결과적으로 임신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해 아이가 일찍 세상에 나올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러면 운좋게 진단을 모두 받지 않는다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태 임신 그 자체가 조산의 가능성이 매우 큰 요인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조산하게 되면 아이도 여러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요.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절대 쌍둥이는 안되겠다’고 굳게 생각했어요. 요즘은 시험관 시술로 인해 쌍둥이 임신 확률이 증가했고, 고령 임신 자체도 다태 임신 가능성을 높이니, 최대한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네. 그리고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쌍둥이라니!

  쌍둥이 임신에 대한 우려도 커서 겁이 나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은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원한다고 쌍둥이를 가질 수는 없지만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시험관 시술도 하지 않았고, 집안에 유전력도 없었거든요. 그럼 아주 희소한 돌연변이라는 일란성 쌍둥이인가? 그것도 아니었어요. 아기집이 두 개였거든요. 저는 그렇게 명실상부한 쌍둥이 임산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쌍둥이를 임신했음을 받아들이는 데에 2주가 걸렸어요. 그 2주는 정말 인고의 시간이었지요. 앞으로 예상되는 험난한 임신기간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그리고 출산한 이후에는 또 어떻게 쌍둥이를 돌볼까 겁도 많이 났고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고 부정하고 또 골똘히 생각했어요.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갖는 이 부정적인 마음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걱정도 되었어요. 당시 쌍둥이 임신을 확인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우려의 말씀을 덧붙이셨거든요. 


  “아기집 크기가 달라요. 지금 보면 두 배 정도로 차이가 나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면 하나가 도태될 가능성이 커요. 가족들에겐 아직 알리지 마세요.”


  찾아보니 쌍둥이는 둘 중 하나가 도태되는 일도 참 많더라고요. 애초에 임신에 성공해도 유산되는 케이스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러니 둘 중 하나가 도태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겠더라고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많던데… 참 너무 아득하고 겁이 났어요. 쌍둥이를 원치 않는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쩌면 이 생각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었어요. 처음부터 하나가 와주었다면 모를까 또 둘이 와주었는데 하나가 잘못되면 그건 그거대로 너무 상실감이 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마음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격변의 2주를 보내고야 ‘내가 쌍둥이를 임신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2주 뒤 다시 확인한 초음파에서는 콩닥콩닥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 두 개를 볼 수 있었어요. 안도감이 들었어요. 한편으론 그 안도감에 대한 불안감이 드는 이상한 마음이 들었지만요. 여전히 지난번 처럼 3일 정도의 크기 차이가 났어요. 아마도 3일 간격으로 착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었어요. 동글동글한 아기집을 보며 참 예쁘게도 집을 지었구나 싶었지요. 힘차게 뛰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소리를 내는 두 개의 심장이 참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런게 내 몸 안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 어딘가 얼빠진 모습으로 병원을 나왔어요. 차에서 초음파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제 정말 시작되었구나 하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었어요. 


  여러분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https://youtu.be/Pa1iKx16ulw


https://blog.naver.com/789456123963


https://www.instagram.com/ddo_t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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