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민 Sep 07. 2022

임신 초기가 이렇게 힘든줄 몰랐지

임신 초기 증상, 상상 그 이상.

  임신 확인의 혼란스러움도 잠시,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자마자 몸은 여러 가지 증상을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그 때의 느낌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었다니까요. 오늘은 제가 느꼈던 임신 초기 증상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냄새에 매우 예민해집니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임신 초기의 임산부는 아주 신기한 능력을 하나 갖게 됩니다. 바로, 입덧이에요. 음식을 상상만 해도 메스껍더라구요. 저는 원래 메스꺼움을 정말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 저에게는 너무 괴로운 증상이었어요. 이게 참 신기한게, 음식을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롭더라구요. 참고 먹어본다 이건 거의 불가능 아닐까 싶어요. 특히 저는 양념이 들어간 종류와 고기 종류를 정말 힘들어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식은 거의 먹지 못했어요. 양념 고기는 물론이고 찌개, 무침 등 한식 특유의 어떤 향을 떠올리면 죽겠더라고요. 아마도 참기름과 마늘향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뭘 먹을 수 있나가 관건이었겠죠? 저의 경우에는 향을 피하려고 하니 차가운 음식이 그나마 괜찮았어요. 냉면 같은거요. 그러다 보니 새콤한 종류만 남더라구요. 신게 먹고 싶진 않았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종류가 차갑고 신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냉면, 과일 등을 먹었어요. 와중에 또 비빔냉면은 양념 때문에 못 먹고요. 그리고 냉장고 냄새를 아주 잘 맡게 되었어요. 주방에서 냉장고 문을 열면 안방에서 감지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울렁거림.

  하루종일 배를 타고 있는 듯한 울렁거림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게 됩니다. 숙취에 비유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하루종일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괴로웠어요. 먹어도 먹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울렁거려요. 좀 신기했던 건 이것 저것 잘 먹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는데 배가 조금만 비어도 울렁거림이 느껴진다는 거에요. 배가 완전히 채워지면 괜찮고요. 그러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필사적으로 찾게 되더라고요. 당기는 게 없고 못 먹겠다고 몸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요. 위가 조금이라도 비면 울렁거림에 온 몸이 아우성 치는 느낌이어서요. 근데 이게 재밌는게 보통의 내가 배부르다고 느끼는 게 100%, 배가 고파 음식읆 먹어야겠다고 느끼는 게 30% 정도라면, 임신 초기에는 98%까지만 되어도 바로 울렁거렸어요. 그래서 새벽에 깨서 먹을 것을 찾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냉장고에는 접근할 수 없으니 남편을 깨우게 되더라구요. 그런 스스로가 굉장히 어이가 없지만 어쩔 수 없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라면 자기 전에 머리맡에 먹을 것을 좀 두고 주무시는 게 좋을거에요. 자다가 정말 ‘울렁거려!’하고 깨기 때문에..ㅎㅎ 방울 토마토나 참크래커 같은걸 많이 먹었어요.


 세 번째, 감정 기복

  무척 불안해요. 그 당시의 저는 입덧 증상 때문에 아주 예민해져있는 상황이라 더 그랬을 거에요. 호르몬 자체도 아주 날뛰는 시기라 더 그렇고요. 저는 임신이 참 후회스럽더라구요. 한편으론 ‘이렇게 힘들다고 왜 아무도 말 안해줬어!’하고 분노하기도 하고요. 너무 힘든데 그런 증상을 나만 겪는다는 생각에 외롭고 우울하기도 했어요. 주변에 있는 내 가족들은 이걸 온전히 느껴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후회, 분노, 우울을 왔다 갔다 오가며 극한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어요. 이후로도 임신중에는 호르몬 변화가 커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자주 타게 된답니다. 저는 스스로 왜이리 유난스럽지 싶어 더 괴로워했는데, 여러분 그러지 마세요.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 누구도 같은 상황이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가 유별난가 하고 자책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되더라구요.


  네 번째, 잠이 아주 아주 아주 많아짐.

  병든 닭처럼 졸아요. 몸이 심각하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 졸려요. 하루종일 자도 또 졸리고요. 체력도 엄청 약해진 게 느껴져요. 임신 직전에 배낭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었던 편인데 임신 후에는 15분도 걷기 힘들어졌어요. 이상하게 숨이 차고 계속 졸린 느낌이거든요. 그런 스스로가 또 굉장히 의아하고 걱정스럽고요. 그렇지만 정상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섯 번째, 소변이 자주 마렵고 이따금 아랫배가 쿡쿡 쑤심.

  이상하게 소변이 자주 마렵더라구요. 밤에 자다가 소변 보러 가는 횟수도 늘고요. 낮 시간에도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 가고 그랬어요. 막상 가도 안나온다는 게 포인트. 근데 이것도 정상이래요. 자궁이 커지며 생기는 현상이라고 해요. 근데 뭐 그 시기에 자궁이 커져봐야 얼마나 커지겠어요? 그런데도 그렇더라구요. 이전과 비교해서 자궁이 커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후에도 계속 그렇더라구요. 고작 임신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몸 속 장기들이 괴로워 하는 느낌. ‘살면서 여태 여기가 이렇게 좁은 적은 없었는데! 너무 좁아!’ 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요. 살면서 자궁이 그렇게 커진 건 몸의 입장에서는 처음일테니까요. 아랫배가 쿡쿡 쑤시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자궁이 더 커지려고 일 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소변을 자주 보는건 호르몬 영향도 있어요. 


  여섯 번째, 아랫배와 허벅지가 두꺼워짐.

  이거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몸무게 상으로는 차이가 없는데. 이상하게 아랫배에 살이 붙는 느낌이 들어요. 옷 핏이 달라지고 안맞기 시작하거든요. 이건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이 배와 허벅지로 모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체형도 조금씩 변하는 건가 봐요.


  이상 여섯가지의 임신 초기 증상을 알려드렸어요. 개인차가 있지만 겪어보니 상상 이상이더라구요. 예전엔 임신 초기엔 유산 확률이 높으니 임산부를 배려해야 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상이에요. 유산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임신이라는 큰 변화의 초입에 서있는 만큼 많이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운 게 기본이고요. 어딘가 묘하게 안좋고 신경쓰이고 힘든 상태로 사는 느낌이에요. 겪어보기 전에는 ‘아직 초기고 아기도 진짜 손톱만할 텐데 그렇게 힘들까?’ 싶었어요. 그런데 몸 속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요. 겉으로 티가 안나서 더 힘들고요. 그러니 임신 초기시라면 최대한 조심하시고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스스로를 많이 안정하도록 하셨으면 좋겠어요.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고 너무나도 정상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계획된 임신 그러나 뜻밖의 쌍둥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